‘연개소문’ 허술한 장면설정들, ‘왜 이러나’
OSEN 기자
발행 2006.10.22 10: 47

SBS TV 주말 대하사극 ‘연개소문’이 허술한 장면설정과 구성으로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 이런 무성의한 장면들은 드라마가 수나라와 고구려의 2차 전쟁 국면으로 돌입해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불거져 나와 안타깝기까지 하다. 10월 21일 밤 방송된 31회 분에서는 합판에 그림으로 그린 성문과 성곽이 배경에 잡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밀(최재성 분), 양현감(이진우 분), 이화(손태영 분) 등이 왕빈, 연개소문 일행과 함께 사냥을 떠나는 장면이었다. 사냥터로 떠나는 길에 이밀 일행과 연개소문 일행이 만나 담소를 나눌 때 노출된 성문배경은 조잡하게 만든 세트임이 너무 티가 났다. 원거리 효과를 내기 위함이라고 하더라도 합판에 그린 그림이 한 눈에 티가 난다면 누가 극에 빠져들 수 있을까. 드라마 내용에 심취하다가도 쓴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10월 15일 방송된 30회분에서는 수나라 거상 왕빈의 집사가 연개소문에게 서고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던 장면이 나왔다. 왕빈의 집사가 연개소문을 이끌고 서고로 들어왔다. 집사가 서고를 보여주자 연개소문은 책장의 책을 빼 보지도 않은 채 “여기까지는 이미 예전에 다 읽어 보았습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다른 책들은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집사가 “그럼 이쪽으로 와 보게”라면서 바로 옆 책장으로 한 발짝 이동한다. “이 책들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희귀본일세, 고대책자부터 비전으로 전해지는 병법서, 무예 비급들이 여기 있다네”라고 덧붙인다. 그제서야 연개소문은 책 한 권을 뽑아 들고 “내가 찾던 바로 그 책들이옵니다”라고 말한다. 적어도 연개소문이 찾고자 했던 희귀본은 비밀 서고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발짝만 움직이면 되는 책장에 있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 보다 앞선 장면에서는 왕빈이 연개소문을 따로 불렀는데 그 때 왕빈은 연개소문을 보고 “또 서고에서 밤을 새웠는가”라고 물었다. 결국 연일 서고에서 밤을 새우면서도 연개소문은 바로 옆 책장에 꽂혀있는 비서들을 못 봤다는 얘기가 된다. 최근 ‘연개소문’은 수양제가 황제에 오르면서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수양제의 횡포가 언제 터져 나올지 모르는 불안감에 드라마 곳곳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또한 고구려와의 전쟁준비로 고구려와 수나라 양국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급한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 살수대첩이라는 역사적인 전쟁을 앞두고 시청자들의 기대감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긴장감은 작은 장면 하나, 배우들의 작은 표정 하나에서 진지함이 우러날 때 비로소 유지된다.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야 시간이 지나가야 해결된다고 치더라도 시청자들로 하여금 실소를 일으키게 하는 이런 장면들은 극의 리얼리티를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실수들이다. 시청률 20%를 상회하는 드라마라면 적어도 그 기대에 걸맞은 작품은 만들어 줘야 하는 것이 ‘연개소문’ 제작진의 사명이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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