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누구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우세하다고 예상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기세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일주일 휴식을 취한 디트로이트에게는 역부족이라고 했다. 우천으로 휴식일 없이 NLCS를 치른 데다 뉴욕 메츠를 7차전에서 꺾고 하루 이동일을 가진 세인트루이스가 시리즈1차전을 이기기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야구는 역시 몰랐다. 거의 모든 사람이 디트로이트가 1차전 승리팀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동 떨어졌다. 세인트루이스의 타선은 연신 상대 마운드를 맹폭했고 디트로이트 타선은 신예 앤서니 레예스의 투구에 녹아났다. 긴 휴식이 결과적으로 디트로이트에 독이 됐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뉴욕 양키스와의 ALDS 2차전부터 오클랜드와의 ALCS 4차전까지 포스트시즌 기록인 7연승을 내달린 기세가 한풀 꺾인 느낌이다. 22일(한국시간) 1차전서 디트로이트는 고비 마다 극적인 안타와 홈런을 터뜨리던 모습이 갑자기 사라졌다. 연일 호투를 펼치던 선발진도 신예 저스틴 벌랜더가 갑자기 투구감을 잃으면서 무너졌다. 이제 한 경기에 불과하지만 디트로이트가 손쉽게 우승할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이 빗나가기 시작했다. 디트로이트 방망이는 확실히 무뎌졌다. 1회 2루타와 볼넷에 이은 카를로스 기옌의 우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릴 때만 해도 그러려니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많았을 터. 그러나 이후 디트로이트 타선은 갑자가 죽었다. 7회 1사 뒤 기옌이 내야안타를 때려낼 때까지 16타자 연속 아웃을 당하면서 상대 '신출내기' 앤서니 레예스에게 맥을 못췄다. 장기간의 휴식으로 체력적인 이득은 얻었겠지만 경기 감각이 죽어버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단기전의 특성상 조그마한 변수가 경기 내용과 결과에 영향을 준다는 속설이 1차전에선 맞아떨어진 것이다. 기대를 모았던 강속구 투수 벌랜더도 기대와는 동 떨어졌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폭스 TV'의 스피드건에 찍힌 최고 구속은 94마일이 고작. 대부분 80마일대 후반에서 90마일대 초반에 불과했다. 100마일에 육박하는 광속구를 펑펑 꽂아대던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스피드건 '장난'을 쳤던 방송국이 끊임없는 의혹 제기에 기계를 원상태로 돌린 점을 감안해도 이날 구위는 올 시즌 AL 신인 최고 투수 다운 모습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수비에서도 문제점은 여지 없이 드러났다. 6회 볼넷으로 걸어나간 푸홀스를 벌랜더가 1루에 견제한다는 것이 그만 뒤로 빠지면서 무사 3루로 바뀌었고, 이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3득점의 원인이 됐다. 계속된 무사 2,3루에선 후안 엔카르나시온의 3루땅볼 때 3루수 브랜든 인지의 홈송구가 완전히 뒤로 빠지면서 주자 2명이 홈을 밟아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적지 않은 기간 경기를 치르지 않은 탓에 야수들의 집중력도 저하된 듯하다. 상대적으로 세인트루이스는 날이 서 있었다. 주포 앨버트 푸홀스와 스캇 롤렌은 홈런포를 터뜨리며 '명불허전'임을 과시했고 크리스 덩컨과 짐 에드먼즈, 야디에르 몰리나도 필요할 때 안타를 쳐내 팀 타선을 이끌었다. 피곤은 쌓였지만 적시에 점수를 내는 모습은 오히려 NLCS를 7차전까지 치르며 악전고투한 게 경기감각 유지에 도움이 된 모습이다. 디트로이트가 4연승으로 조기에 시리즈를 끝낼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깨졌다. 다음날 열리는 2차전 마저 디트로이트가 내준다면 시리즈 행방은 종잡을 수 없게 된다. 포스트시즌에선 객관적인 전력과 예상이 무용지물이라는 야구계의 격언은 이번에도 드러맞았다. 세인트루이스의 '깜짝 첫 승'으로 시작된 이번 월드시리즈에선 과연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궁금하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