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구장, '히로시마 구장을 본받아라'
OSEN 기자
발행 2006.10.25 08: 38

한국시리즈 1~2차전이 벌어진 대구구장은 한국시리즈가 개최되서는 안될 정도로 시설이 열악하다. 1차전에서 말썽을 일으킨 음향시스템, 곳곳에서 균열된 흔적들이 보인다. 덕아웃을 출입하려면 부딪칠까봐 항상 머리를 조심해야 된다. 한껏 멋을 부리고 야구장을 찾은 두 여성 관객은 부서진 의자를 보고 기겁을 했다. 시설도 시설이지만 구장관리도 형편이 없다. 어디 깨끗한 곳을 찾아볼 수가 없다. 곳곳이 먼지로 뒤덮여 있다. 본부석 상단의 대형 스피커가 울리면 주변의 먼지 덩어리가 하늘에서 떨어진다.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보면 60~70년대에서나 볼 수 있는 집단 소변용 변기가 놓여있다. 심한 말일 수도 있지만 대구구장은 온갖 먼지와 오물을 뒤집어쓴 쓰레기 같은 구장이다. 1차전 시구에 나선 대구시장을 향해 "새로운 구장을 지어달라"고 야유를 퍼붓는 팬들의 심정이 이해가 갈 정도다. 대구 팬들은 이런 구장을 가득 메우고 삼성을 열렬히 응원하는 자비심을 보여주었다. 이와 관련 일본 히로시마의 구장 신축은 좋은 본보기다. 히로시마의 시민구장도 대구구장과 비슷했다. 지은지 48년이 지나 노후했다. 꾸준히 구장 신축안이 제기되어왔으나 수 년째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약 170억~180억 엔에 이르는 비용이 문제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 새로운 구장을 신축하기로 최종 확정됐다. 2년 전 일본 프로야구 재편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히로시마의 열악한 구장이 도마 위에 올라 연고지에서 제외될 위기에 몰린 바 있다. 이에 놀란 지역민들과 지역경제인들이 나서 구장 신축을 거세게 요구했고 결국 버티던 히로시마시 측도 손을 들어 민관이 참여하는 가 구성됐다. 활발한 논의와 조사 끝에 2009년까지 개장을 목표로 새로운 구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비용은 시를 중심으로 히로시마현 경제계 등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시민구장 신축을 위한 시민 모금도 병행하고 있다. 새로운 구장후보지는 현재 히로시마 시민구장이 아닌 히로시마역 야적장으로 최종 결정됐다. 설계 공모를 받아 최종안도 마련됐다. 신칸센이나 일반열차를 타고 히로시마역을 지나면서 약 10초 정도 야구를 관람할 수 있도록 외야쪽 담장이 없는 게 특이하다. 대구팬들의 신구장의 신축에 대한 열망은 히로시마 시민 못지 않다. 그러나 대구와 히로시마가 다른 것은 시측의 태도다. 물론 여기엔 모든 것을 시에만 떠넘기고 수수방관하는 삼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히로시마의 경우처럼 대구에서 프로야구가 떠난다고 해야 새로운 야구장이 생길까? 그러나 냉정히 말하자면 그럴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 게 대구구장의 현실이다. sunny@osen.co.kr 히로시마 새 구장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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