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단기전을 할 줄 몰라". 지난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전승 4강을 이룬 뒤 김인식 감독이 스쳐 지나가듯 꺼낸 얘기다. WBC 본선 시리즈를 취재하는 내내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7개월 후 한화 감독으로 복귀한 김 감독은 당시의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결과로서 보여주고 있다.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입한 김 감독은 KIA를 2승 1패, 현대를 3승 1패로 깨고 한화를 7년 만의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도 막강 마운드의 삼성을 상대로 1승 1패를 거두고 홈구장 대전으로 개선했다. 지금까지 김 감독의 전술을 요약하면 이렇다. '이기는 경기와 지는 경기 확실히 나누기', '타선은 순리대로 맡기기', '마무리 구대성 아끼지 않기', '문동환의 불펜 키맨으로 전환'이 그것이다. 특히 송진우와 류현진 두 선발투수의 상태가 100%가 아닌 현 상황에서 김 감독은 상대적으로 불펜 쪽에 더 무게중심을 두면서 "선발이란 개념을 갖고 있다"고 했던 문동환을 2차전 승리 후 "불펜으로 쓰겠다"고 말을 바꿨다. 한마디로 권오준-오승환의 'KO 불펜'에 맞서 문동환-구대성의 MK 불펜을 '급조'한 셈이다. 문동환은 불펜 등판에 대해 "롯데에서 마무리를 해본 적이 있다. 특별히 힘들거나 어색하지 않다"라고 밝혀 김 감독 특유의 '되는 투수 밀어주기'에 부응했다(이런 투수 기용을 두고 정규시즌에선 '혹사'로 표현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선 '승부수'로 평가가 바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선동렬 삼성 감독은 2차전 패배 후 "선발 브라운이 3회까지 완벽했다. 2이닝만 더 막아줬으면 됐는데"라는 말로 KO 불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표했다. 선 감독은 삼성이 2-4로 추격한 5회 이후에도 끝내 권오준을 호출하지 않았다. 권오준-오승환은 2차전 내내 불펜에서 몸조차 풀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삼성은 전병호가 7회 데이비스에게 투런홈런을 얻어맞자 경기를 포기했다. 이에 미뤄볼 때 리드 여부에 따라 선 감독이 확고한 원칙에 입각해 불펜 운용을 하기로 마음 먹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선발 5이닝' 이후 리드 잡으면 'KO 펀치 가동'의 정규시즌 승리 공식을 한국시리즈 와서도 정석대로 밀고 가는 셈이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