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김대승 감독, “디테일하고 리얼하지만 장황은 금물”
OSEN 기자
발행 2006.10.25 10: 59

“디테일하고 리얼하되 장황하게는 하지 말자.”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를 다룬 영화 ‘가을로’(영화세상 제작)의 김대승 감독이 영화 연출의 변을 밝혔다. 김대승 감독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영화의 소재로 사용된 백화점 붕괴에 대해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불과 10년 전에 있었던 일이고, 유가족들이 아직도 상처를 지니고 있는 지금 단순히 볼거리를 위해서 이번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다. 백화점 붕괴됐다는 것은 비극이다.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당시 사건의 리얼리티도 무시하지 못하는 딜레마 상태였다.” 김 감독의 말에서는 ‘가을로’를 만들기 위해 쏟았던 고뇌의 흔적이 느껴졌다. 김 감독은 분명 10년 전 일어났던 삼풍백화점 사고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고로 죽음을 맞은 이들은 물론 유가족들의 아픔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요량으로 ‘가을로’를 만든 것은 아니다. 그래서 김 감독은 멜로라는 장르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안에 백화점 붕괴를 언급하며 살며시 분노감을 표현해냈다. “나는 실제로 그 사건에 대해 분노한다. 멜로영화 안에서 분노를 녹여낼 방법이 필요했고, 현우(유지태 분)의 변신을 통해 그것을 표현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현우는 서민들을 위한 변호사가 되고 싶었지만 백화점 붕괴로 눈 앞에서 아내로 맞이할 연인 민주(김지수 분)를 잃고 냉정한 검사로 살아간다. 그리고 분양 및 건축 비리에 대해서는 혈안이 돼 달려든다. 김 감독의 이런 장치는 현우 뿐 아니라 영화에서 순식간에 지나가는 몇몇 장면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사람들이 많은 시간에 공사를 하는 것이며, 무더위에 에어컨이 고장난 상황, 그리고 붕괴직전 백화점을 빠져나가는 사람들(김 감독은 이들의 정체에 대해 정확하게 누구라고 지칭하지 않았다), 이 모두가 김 감독이 당시 사고는 미연에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는 사고였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김 감독의 생각은 유지태 김지수 엄지원을 비롯한 출연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했고 영화에 조심스럽게 묻어난다. 그러나 김 감독의 표현은 과도하지 않았다. 영화 전반부에 등장하는 백화점 붕괴는 관객들에게 약간의 긴장감을 줄 뿐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다. 그리고 연인의 유품에 따라 여행을 떠나는 시퀀스를 더 많이 배치함으로써 ‘가을로’가 멜로 영화임을 분명히 한다. 감독 스스로는 분노하고 있지만 관객들에게 분노를 강요하지 않는 그런 영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특히 한국영화의 거장 임권택 감독 아래에서 오랜 기간 연출부 생활을 해 온 김 감독은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영상으로 그대로 담아내 관객들로 하여금 전반부의 긴장감을 까맣게 잊게 만든다.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10월 12일~20일) 개막작인 ‘가을로’는 10월 26일 개봉한다. pharo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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