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25일. 아직 햇살이 설핏 남아 그라운드에 머물러 있던 대전구장. 경기 시작(오후 6시)을 한 시간 남짓 앞둔 시각, 삼성 라이온즈 김응룡 사장(66)이 원정임원실에 앉아 설탕이나 프림을 타지 않은 밍밍한 커피 한 잔을 여유롭게 마시고 있었다. 미리 켜둔 TV의 골프 프로그램에 가끔 눈길을 주면서. 김 사장은 “수술(올해 2월 대장 물혹 제거)을 한 다음부터 자극적인 커피나 술을 마시지 않는다. 수술 직후 92㎏으로 줄었던 몸무게가 요즘 다시 불어나서 100㎏을 넘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다인 10차례 우승(해태 9번, 삼성 1번)의 위업을 일궈냈던 김 사장이 지휘봉을 놓고 구단 경영자로 탈바꿈한 지 이제 2년째. 큰 승부를 숱하게 경험했던 김 사장은 “아직도 (감독으로) 착각할 때가 있다. 투수를 교체하거나 번트나 히트앤드런, 스틸이 나오는 장면에서 특히 그렇다”면서 “작년까지는 그런 착각을 자주했는데 올해는 좀 무뎌졌다”며 가벼운 웃음을 머금어 보였다. 김 사장은 대구구장 시설, 현대 유니콘스의 연고지 확정 문제, 용병 확대 등 한국 프로야구가 안고 있는 민감한 현안에 대해 조심스레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삼성의 홈구장인 대구구장 시설이 너무 낙후, 시설 개선의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데 대해 김 사장은 “대구시가 돔구장 건립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구장 신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구장 시설에 대해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을 그는 “신상우 총재가 돔구장 신축과 현대의 연고지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그 때문에 그 분을 모셔온 것이 아니냐”며 반문했다. 용병 문제는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당장 한국야구위원회(KBO)와 8개 구단,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할 숙제. 대부분의 구단들은 용병 확대를 원하지만 선수협이 완강하게 반대 의사를 고수하고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와 관련, 김 사장은 “현대는 관중 300명, 500명을 놓고 경기를 하고, 대구구장 관중도 평균 7000명이었던 작년에 비해 줄어들어 4000명이었다. 우리 프로야구가 죽느냐 사느냐하는 마당에 대승적인 차원에서 선수협도 용병확대를 받아줘야할 텐데. 그 대신 FA 연한을 일년 줄여주겠다고 하는데도 안 받아들이니…”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용병 확대론은 김 사장의 지론. 용병을 확대해 프로야구를 보다 재미있게 이끌어야 관중들을 불러모을 수 있다는 게 김 사장의 주장이다. 김 사장은 최근 김성근 전 LG 감독이 SK 와이번스 사령탑에 앉는 등 그라운드 지휘자의 복고 흐름에 대해 “(김)성근이는 하고 싶어하더구만. 나야 지금 편하고 좋은데 뭘”이라며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chuam@osen.co.kr 김응룡 삼성 라이온즈 사장이 200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 식전행사에 참석한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