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스, '회춘' 비결은 속임수?
OSEN 기자
발행 2006.10.26 08: 02

[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케니 로저스(42.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과연 '속임수'를 썼을까.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그가 송진으로 여겨지는 금지 물질을 왼손에 바르고 공을 던졌다는 증거가 속속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정규 시즌에서도 그가 이물질을 이용해 투구했다는 증거가 나타났다. 주간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최신호에서 지난 7월 5일(이하 현지시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정규시즌 경기, 지난 10월 6일 뉴욕 양키스와의 ALDS, 22일 세인트루이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 투구하는 로저스의 사진을 나란히 게재했다. 3장의 사진에는 똑 같은 부위에 황갈색 점액이 묻어 있어 그의 부정 투구가 꾸준히 계속됐음을 시사해준다. 포스트시즌에서의 이물질 사용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정규 시즌에서도 같은 행위를 한 것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SI는 2차전 당시 일어났던 상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전했다. 1회초 디트로이트 수비 도중 경기를 중계한 'FOX TV'가 로저스의 손을 클로스업하자 세인트루이스 클럽하우스에 있던 스캇 스피지오가 이를 목격하고 곧바로 덕아웃의 동료들에게 알렸다. 그렇지 않아도 로저스가 던진 공의 무브번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선수들은 즉시 토니 라루사 감독에게 관련 사실을 통보했고 라루사가 구심에게 어필을 했다는 것이다. 디트로이트 선수단의 행동도 석연치 않다. 1회말 공격이 끝나고 수비를 하기 위해 덕아웃을 나서려는 로저스를 앤디 밴 슬라이크 1루 코치와 3루수 브랜든 인지가 붙잡고서는 뭐라고 얘기를 나누자 로저스는 덕아웃 안으로 사라진 뒤 '깨끗한 손'으로 다시 마운드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로저스의 행위를 디트로이트 선수단이 인지하고 있었고 TV 카메라에 이물질 묻은 그의 손이 비쳐졌다는 얘기를 듣자 마자 로저스에게 이를 알리면서 증거를 없앴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1989년 25세의 나이에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데뷔한 로저스는 1995년까지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젊은 시절 강속구와 낙차 큰 커브를 앞세워 퍼펙트게임을 기록하는 등 아메리칸리그의 대표적 투수로 활약한 그는 1996년 뉴욕 양키스로 이적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뉴욕 언론의 과도한 집중과 팬들의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2년간 합계 18승에 그친 뒤 오클랜드와 뉴욕 메츠를 거쳐 36세인 2000년 친정팀 텍사스로 복귀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로저스는 전형적인 '퇴물 투수' 취급을 받았다. 양키스 유니폼을 입든 97년 방어율 5.65로 그 때까지 커리어 최악을 기록하더니 텍사스로 복귀한 이듬해인 2001년 5승 7패 6.19의 성적으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러나 2002년 13승8패 3.84로 다시 회춘한 뒤 올해까지 5년 동안 무려 75승을 쓸어담으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더구나 플레이오프에서 기록한 3경기 23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으로 단숨에 이번 가을 최고의 스타로 부상했다. 일각에선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랜디 존슨-커트 실링 콤비보다 더 대단한 투구라는 반응도 있다. 로저스가 이전부터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얘기는 최근 들어 마치 폭로전을 방불케 하듯 쏟아지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투수들의 기량이 추락하는 30대 후반부터 갑자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로저스는 2차전 직후 "경기 전 불펜 투구 당시 공을 만지다 공에 묻은 흙이 손에 옮겨 묻은 것"이라며 "1회초 수비 당시에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 말을 들은 한 기자가 "손가락과 손바닥의 감촉에 유난히 예민한 투수가 그토록 많은 흙이 묻은 것을 알아채지 못한 것은 이상하지 않느냐"고 따지자 "내가 천재인 줄 아느냐"고 항변했다고 한다. 그가 속임수를 썼다는 것은 메이저리그 주변에서 거의 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재빠른 '증거 인멸'과 사무국의 미온적인 대응으로 '유죄'가 밝혀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로저스가 이번 포스트시즌서 그 어떤 대단한 기록을 세우더라도 선수로서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workhorse@osen.co.kr SI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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