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렬의 '얼음 야구', 빛나기 시작
OSEN 기자
발행 2006.10.26 09: 07

선동렬(43) 삼성 감독의 냉정한 야구가 빛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 25일 한국시리즈 3차전은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했다. 양 팀은 각각 두 번의 만루 찬스를 잡고 득점에 실패하는 등 공격력이 신통치 않았고 경기는 투수전으로 흘렀다. 필승계투조 권오준-오승환이 한화의 홈런포에 무너졌는데도 삼성은 연장 승부 끝에 한화를 제압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 선동렬 감독의 치밀하고도 냉정한 용병술을 엿볼 수 있다. 소방수 오승환이 8회말 심광호에게 동점투런을 맞자 삼성 불펜이 부산해졌다. 임창용이 보이고 오상민 임동규 권혁 전병호가 몸을 풀었다. 이들은 차례로 등판해 김인식 감독의 기를 질리게 만들었다. 김인식 감독이 "역시 삼성의 투수들이 좋다. 나오면 148, 149km짜리 공을 던졌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사실 믿었던 오승환이 동점홈런을 맞고 강판했다면 경기를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 이겨도 좋겠지만 지더라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경기 흐름도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는 한화로 넘어간 상황이었다. 게다가 상대 마운드에는 '대성불패' 구대성이 버티고 있다. 한화 중심타선의 홈런포는 언제 터질지 몰랐다. 분위기에 질려 스스로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삼성 투수들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9회부터 12회말까지 5명의 불펜투수들은 단 1안타만 맞았다. 선동렬 감독은 자신이 계산한 대로 치밀하게 상대 타자에 따라 좌우투수를 번갈아 기용했다. 이들은 감독의 얼굴만큼이나 냉정하게 한화 타선을 압도하고 구대성을 상대로 결승점을 뽑아냈다. 선 감독은 마지막으로 '배영수 카드'를 던져 4-3 승리를 따냈다. 선 감독은 "배영수는 4차전(26일) 선발투수였다. 그러나 연장전에는 배영수를 마지막에 기용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4차전에 전병호를 선발 등판시키고 곧바로 뒤에 내세워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다. 너무나 중요한 경기라 이겨야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의 3차전 승리 요인을 꼽자면 풍부한 불펜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냉철한 계산과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 상대로 넘어가는 승부의 물줄기를 되돌린 선동렬 감독의 용병술도 빼놓을 수 없는 승리 요인이다. 젊지만 기싸움에서도 백전노장이자 스승인 김인식 감독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3차전이였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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