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에는 변칙으로 맞선다. 한국시리즈 최대 승부처인 3차전 승리를 따내기 위해 선동렬 삼성 감독이 초강수를 띄워 성공을 거뒀다. 선 감독은 지난 25일 대전구장 3차전 연장 12회에 우완 에이스인 배영수를 투입, 4-3 승리를 지켜냈다. 4차전 선발로 예상했던 배영수를 3차전 마무리 투수로 긴급 투입하는 '깜짝 카드'를 꺼낸 것이다. 선 감독은 3차전 승리 후 "시리즈 전체 승부가 걸려 있는 3차전을 잡기 위해서 배영수를 쓸 수 밖에 없었다. 배영수는 4차전에도 선발 전병호가 흔들리면 곧바로 투입될 것"이라며 배영수를 '조커'로 활용할 뜻을 밝혔다. 배영수는 올 시즌 팔꿈치 통증을 안고 있어 시즌 중에는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삼성 투수 중 가장 좋은 구위를 자랑하고 있다. 1차전 승리 투수에 이어 3차전 세이브까지 전천후 활약이다. 선 감독도 구위가 가장 좋은 배영수를 승부처에서 '조커'로 활용,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오른다는 구상이다. 게다가 믿었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피로 누적으로 구위가 좋지 않아 배영수를 더욱 활용해야 하는 처지다. 배영수의 '조커'활용은 어디서 먼저 본 장면이다. 바로 해태 타이거즈 현역 시절 선 감독의 스승이었던 김인식 한화 감독이 플레이오프 때부터 구사해 재미를 톡톡히 본 '문동환 카드'와 흡사하다. 김 감독은 현대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 선발 등판한 문동환이 1회 5실점하며 무너지자 3이닝만 던지게 하고는 강판시켰다. 다음에 대비한 포석으로 김 감독은 3차전부터 문동환을 미들맨으로 활용, 팀승리의 발판을 놓게 했다. 문동환은 3차전서 2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된 것을 시작으로 4차전 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 팀이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데 기여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2차전서도 선발 정민철에 이어 구원 등판, 3⅔이닝 무실점 역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김 감독은 문동환을 선발과 불펜으로 전천후 기용하는 용병술로 버티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제자인 선동렬 삼성 감독도 스승인 김인식 감독처럼 구위가 안정된 배영수를 조커로 쓰며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다. 마치 김 감독에게 배웠다는 듯 한국시리즈를 자신의 구상대로 풀어나가고 있다. 게다가 투수층이 한화보다도 더 두터워 선 감독으로선 변칙 용병술이 한화 만큼 부담스럽지도 않다. 불펜진이 얕은 한화는 문동환 카드를 접전이거나 이기고 있을 때만 가동할 수 있지만 삼성은 배영수 외에도 강속구 불펜투수들이 다수 대기하고 있어 투수 운용에 여유가 있다. 구위가 가장 좋은 에이스 투수를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제5선발식 운용'으로 맞대결을 벌이고 있는 양 감독이 과연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 궁금하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