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축복, '불효자'들의 귀환
OSEN 기자
발행 2006.10.26 14: 28

삼성이 '불효자'들의 귀환에 반색하고 있다. 삼성 우완 임창용(30)과 좌완 권혁(23)은 패전 처리용 투수였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선동렬 감독은 경기 전 몸을 푸는 권혁과 임창용을 가리키면서 "지는 경기에서나 두 투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술과 재활을 하느라 실전 감각이 무딘 데다 구위도 미덥지 못했기 때문이다. 권혁은 지난 2004년 말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고 임창용은 지난해 말 팔꿈치 수술을 했다. 실제로 2차전까지, 아니 3차전에서도 3-0으로 앞선 8회까지 이들을 볼 수 있는 기회는 경기 전 훈련이 전부였다. 1차전은 4-0으로 이겨서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2-6으로 패한 2차전에서도 두 투수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극적인 순간에서 이들이 활약해 줄지는 아무도 몰랐다. 3-1로 앞선 3차전 8회 말 동점 투런홈런을 맞고 나서야 이들의 얼굴이 나타났다. 권혁은 연장 11회 말 1사2루의 위기에서 등장해 볼넷 하나를 내주고 두 타자를 범타와 삼진으로 요리하고 위기를 넘겼다. 임창용은 12회초 한화 4번타자 김태균을 직구와 변화구를 섞어 가볍게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공교롭게도 불효자 두 명이 승리투수가 됐고 세이브나 다름없는 홀드를 따냈다. 이들은 공백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전성기 시절을 연상케 하는 볼을 뿌렸다. 최고 148~149km짜리 직구를 뿌리고 제구력과 변화구도 제대로 들어왔다. 권혁은 지난 2004년의 막강 좌완의 위력을 재현했고 임창용은 한때 한국야구를 주름잡았던 노련한 소방수의 냄새가 났다. 선 감독 감독은 특히 임창용에 대해서는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역시 커리어(경험)가 있었다. 좋은 볼을 던졌다. 이렇게만 던져준다면 계속 기용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앞으로 지고 있는 경기가 아닌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도 내겠다는 의지다. 물론 권혁과 임창용이 단지 3차전에서만 반짝 힘을 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귀환은 소방수 오승환 부진의 해법을 풀 수있는 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래서 김인식 감독이 삼성 투수들이 좋다고 하는 것인가 보다. sunny@osen.co.kr 임창용-권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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