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KS는 보직 파괴 '깜짝 시리즈'
OSEN 기자
발행 2006.10.27 09: 21

현대와 삼성이 맞붙었던 지난 2004년 한국시리즈를 기억하는가. 당시 시간 제한-이닝 제한 규정에 의해 무승부가 3차례나 속출, 한국시리즈가 9차전까지 진행되자 언론은 이를 두고 '엽기 시리즈'라 불렀다. 이에 대응해 삼성-한화가 대결하는 올 시즌 한국시리즈는 보직 파괴 '깜짝 시리즈'의 연속이다. 플레이오프 당시 "깜짝야구를 하겠다"는 김재박 현대 감독(현 LG 감독)을 상대로 2차전 류현진 대신 정민철을 내보내 응수했던 김인식 한화 감독은 한국시리즈 들어서도 3차전에 최영필이라는 예상치 못한 카드를 꺼냈다. 베테랑 좌완 선발 송진우의 팔꿈치 이상 탓에 발생한 '고육지책' 성격이 강하지만 어쨌든 최영필은 올 정규시즌 선발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던 투수였다. 이밖에 제1선발 문동환을 플레이오프부터 불펜의 '키맨'으로 보직 변경시켜 재미를 봤는데 선동렬 삼성 감독은 이를 '벤치마킹'해 에이스 배영수를 그렇게 쓰고 있다. 이밖에 마무리 구대성은 포스트시즌 들어 마무리와 셋업의 보직을 겸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시리즈 3차전의 경우에는 4이닝이나 던졌다. 문동환 역시 4차전에 6회 투아웃부터 나와 10회까지 4⅓이닝에 걸쳐 70구 이상을 던졌다. 그리고 10회 결승타 시점까지도 한화 불펜에 몸을 푸는 투수는 아무도 없었다. 이에 따라 한화는 5차전 구대성-6차전 문동환-7차전 구대성 식으로 경기마다 마무리가 바뀔 판이다. 삼성 역시 "오승환이 마무리를 맡는다"는 방침 외에는 선 감독의 순간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선 감독은 3차전에서 오승환이 8회말 동점 투런홈런을 맞자 9회부터 오상민-임동규-권혁-임창용-배영수를 계투시켜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아울러 누구나 배영수가 나올 것이라 예상한 4차전에 전병호를 깜짝 투입시켰다. 그 뒤에도 임동규-권오준을 올려 배영수를 아끼다가 8회에야 출격을 명했다. 시리즈가 빈타전 양상으로 흐르고, 김인식-선동렬 양 감독이 투수 운용의 대가로 자타공인을 받는 인물들인지라 가히 올 한국시리즈는 문자 그대로 '한국적 시리즈'로 진행되고 있다. sgoi@osen.co.kr 배영수-문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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