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주연배우와 감독이 만들어낸 조화
OSEN 기자
발행 2006.10.27 10: 30

영화 ‘가을로’는 백화점 붕괴를 소재로 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분명 멜로영화다. 또 ‘가을로’는 유지태 김지수 엄지원 등 3명의 주연배우와 김대승 감독의 영화다. 배우 각각의 캐릭터의 깊은 연관성이 잘 조화돼 영화를 완성한다. 그 조화는 ‘번지점프를 하다’ ‘혈의 누’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대승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다. ‘가을로’는 보는 이에 따라 주인공이 각각 다르다. 현우(유지태 분), 민주(김지수 분), 세진(엄지원 분) 모두가 영화 속 핵심인물이다. 먼저 현우는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다. 다시 말해 ‘가을로’는 현우의 상처와 그 치유과정을 그린 성장드라마이다. 현우는 결혼을 한 달 앞두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지만 눈앞에서 백화점이 붕괴해 그 안에 있던 연인 민주를 잃게 된다. 슬픔과 죄책감을 갖게 된 현우의 훈훈했던 미소는 냉소로 바뀌고, 서민들을 위한 변호사가 되겠다는 다짐도 냉철한 검사의 길을 선택하게 한다. 건축 비리를 조사하던 현우는 좌천되고 연인 민주가 남긴 여행일기를 따라 여행에 나선다. 그리고 그 여행에서 세진을 만나고 조금씩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간다. 상처를 극복한 현우는 다시 새로운 의욕을 갖게 된다. 현우의 연인 민주는 영화 초반과 후반에 주로 등장하지만 민주의 환영은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현우에게 떠밀려 백화점에 간 민주에게는 결혼을 앞둔 행복함이 가득하다. 하지만 백화점 붕괴로 민주의 존재는 세상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민주의 존재감은 현우의 마음속에 늘 남아 있고, 현우의 여행과 늘 함께 한다. 신혼여행으로 준비했던 여행일기. 여행일기는 민주의 분신인 셈이다. 그리고 현우가 여행에서 만난 세진은 민주를 대신해 현우와 함께 여행을 하게 되는 존재다. 등장은 많지 않지만 민주는 그렇게 영화 전체에 녹아있다. 세진은 민주와 함께 백화점 붕괴로 매몰됐던 인물이다. 세진은 붕괴의 공포감 때문에 어둠을 두려워한다. 심지어 잠을 잘 때도 항상 방에는 불을 켜둬야 할 정도다. 이런 세진이 어둠에 대한 공포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다름 아닌 민주가 건네준 여행일기를 따라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어둠에 대한 공포감을 조금씩 털어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현우를 만난다. 세진은 현우와 민주에게 있어 제3의 인물이지만 한편으로는 현우와 민주의 진심을 엮어내는 매개인물이다. 민주가 현우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전달함으로써 현우의 슬픔과 죄책감을 해소시킨다. 마지막으로 김대승 감독은 이런 세 등장인물을 통해 영화를 완성했다. 백화점 붕괴라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는 분노와 살아남은 자들의 치유과정을 잘 조화시켰다. 백화점 붕괴의 원인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붕괴직전 백화점의 상황을 삽입, 현우의 변화를 통해 분노감을 표출한다. 그리고 현우와 민주를 세진이라는 인물을 통해 화해시킴으로써 살아남은 자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를 통해 김 감독은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던 ‘가을로’는 10월 26일 개봉했다. pharo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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