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G 연속 실책 때문에 '넋 잃은' 디트로이트
OSEN 기자
발행 2006.10.27 13: 57

[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전날 우천으로 경기가 연기됐지만 월드시리즈 특유의 뜨거운 열기는 여전했다. 쫓아가면 추격하고 도망가면 따라붙는 치열한 흐름이 경기 내내 계속됐다. 그러나 워낙 긴장이 고조된 탓에 선수들의 집중력이 순간적으로 떨어지는 현상도 일어난다. 가장 큰 피해자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디트로이트다. 여기에는 불펜 투수들의 어이없는 실책이 큰 역할을 했다. 27일(이하 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의 승리로 끝난 월드시리즈 4차전서 디트로이트 투수진은 또 다시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디트로이트가 3-2로 앞선 7회말 세인트루이스 공격. 선두 데이빗 엑스타인이 중견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2루타로 포문을 열자 분위기가 달구어졌다. 엑스타인의 타구는 디트로이트 중견수 커티스 그랜더슨이 잡을 수도 있었지만 공의 궤적을 쫓던 그랜더슨은 잔디 표면에 남은 물기에 미끄러지면서 그만 2루타를 헌납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해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후속 다구치 소의 희생번트를 잡은 투수 페르난도 로드니가 그만 1루로 악송구하면서 3-3 동점에 무사 2루로 상황이 변했다. 결국 다구치는 프레스톤 윌슨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역전 득점을 올렸다. 승부는 8회말에 가서야 갈렸지만 로드니의 실책이 없었다면 결과가 어떻게 변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로드니는 다구치의 타구를 정상적으로 처리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음에도 서두르다 그만 엄청난 실수를 범했다. 착실하게 글러브로 공을 잡고 던지면 될 것을 무리하게 맨 손으로 잡아 재빠르게 뿌리다가 화를 당한 것이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FOX TV'의 해설자 팀 맥카버는 "왜 맨 손으로 공을 잡았는지 이해하지 못했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바로 전 경기에서도 디트로이트는 불펜투수의 치명적인 실수로 경기를 망치고 말았다. 지난 25일 열린 3차전 7회말. 2-0으로 세인트루이스가 앞선 당시 상황은 무사 1,2루.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던 조엘 주마야는 강타자 앨버트 푸홀스를 투수땅볼로 잡아 병살을 시도했다. 그러나 선행 주자를 잡기 위해 3루로 급히 공을 뿌린 순간 공이 3루수 브랜든 인지의 뒤로 빠지면서 주자 2명이 한꺼번에 홈을 밟아 승부가 갈렸다. 원인은 디트로이트 젊은 투수들의 일천한 경험이다. 월드시리즈 같은 큰 무대에서 잔뜩 긴장하다 보니 '해서는 안 될' 실수를 범한 것이다. 포스트시즌에선 무엇보다 큰 경기 경험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입증해주는 장면이었다. 상황은 다르지만 결승점을 줄 당시 수비도 디트로이트로선 아쉬움이 남는다. 8회 2사2루에서 짐 릴랜드 감독은 단타가 나올 때를 대비해 외야수들에게 전진 수비를 지시했다. 그러나 데이빗 엑스타인이 친 타구는좌익수 크레익 먼로의 키를 살짝 넘는 타구였다. 먼로는 공을 잡기 위해 다이빙을 했으나 타구는 글러브를 맞고 잔디로 떨어졌다. 결과론이지만 정상 수비 위치였다면 평범한 플라이에 그쳤을 타구가 결승 2루타로 연결된 것이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디트로이트는 남은 3경기를 모조리 승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3∼4차전서 나온 기록된 실책 중 하나만 없었어도 시리즈 향방이 어떻게 변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긴박한 순간 패배를 자초하는 수비를 이틀 연속 범하면서 22년만의 정상등극 꿈이 사그러질 위기에 처한 디트로이트다. workhors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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