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론자' 라루사의 '쇠가죽 야구공'에 대한 소견
OSEN 기자
발행 2006.10.28 07: 48

[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야구계의 대표적인 '동물보호론자'인 토니 라루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음식재료로 쓰기 위해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윤리적 신념을 이유로 육식을 하지 않는 채식주의자이고 동물권리를 위해 싸우는 휴머니스트다. 버림받은 동물을 위해 보호소를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직업인 야구에는 수많은 동물의 표피가 쓰인다. 글러브는 물론 야구공만 해도 엄청난 양의 쇠가죽이 사용된다. 하지만 라루사가 야구계의 '동물학대'를 규탄했다는 소식은 전해진 적이 없다. 라루사의 입장은 다소 묘하다. 'AP통신'에 따르면 야구공에 쓰이는 쇠가죽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부산물이라는 게 라루사의 시각이다. "야구공에 쓰이는 가죽을 얻기 위해 소를 죽이지는 않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메이저리그에선 1974년부터 쇠가죽으로 야구공을 만들어왔다. 그 전에는 말가죽을 사용하다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재질로 변화를 줬다. 메이저리그 공인구를 제작하는 롤링스 사에서 한 시즌에 공급하는 야구공은 무려 72만개. 이처럼 엄청난 양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동물의 가죽이 필요하다. 가격도 그만큼 비싸다. 그래서 롤링스는 한때 인공섬유로 대체할 것을 고려했지만 생각을 접었다고 한다. 품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란다. 라루사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도입된 NBA 공인구에 관한 얘기에서 비롯됐다. NBA는 최근 마이크로 합성섬유로 이루어진 새로운 재질의 농구공을 올시즌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샤킬 오닐 등 선수들은 "질이 형편 없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땀이 나서 표피가 젖으면 미끄러워서 공을 제대로 잡기 어렵기 때문이란다. 이에 대해 라루사는 "NBA가 왜 공을 교체했는지 모르겠다"면서 "동물 보호가 이유는 아닐 것"이라고 농담섞인 반응을 나타냈다. 철저한 동물 보호주의자이지만 그 역시 동물의 표피로 만들어진 야구공과 글러브를 이용해 빅리그 6년간 선수로 활약했다. 통산 타율 1할9푼9리가 고작인 후보 내야수에 불과했지만 지도자 경력은 누구보다 뛰어나다. 그토록 사랑하는 '동물의 일부'를 이용해 존경받는 야구인으로 성장한 그로선 '쇠가죽 야구공을 써서는 안 된다'고 쉽게 입밖에 내기 어려웠을 터. 그래서인지 애기가 깊숙히 들어갈 여지를 보이자 "여기에서 그만 끝내자"며 말문을 닫았다고 한다. workhors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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