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질에 추남 007, 성공할까?
OSEN 기자
발행 2006.10.28 09: 46

[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살인면허를 가졌다는 이 남자, 뭔가 달라졌다. 이름은 제임스 본드. 영국의 첩보기관 MI6 소속이다.
숀 코넬리와 로저 무어, 그리고 피어스 브로스넌 등 역대 007들은 눈빛 하나로 미스 월드급의 미녀들조차 단숨에 녹여버리는 재간을 갖췄다. 세련된 바람둥이 이미지가 온 몸에서 풀풀 배어나고 무엇보다 얼굴이 받쳐주는 할리우드의 미남 배우 출신들이다. 그러나 지난 겨울 6대 본드로 선발된 다니엘 크레이그는 007 팬클럽 회원들로부터 ‘근육질의 추남 007’이란 비난까지 듣고 있다. 그가 주연으로 나선 21번째 007시리즈 ‘카지노 로얄’이 곧 무대에 오른다. '개봉박두'다.
공개된 영화 스틸 사진만으로도 새 007은 분위기가 기존 선배들과 확연히 다르다. 양 옆에 선 본드걸들의 예쁜 얼굴과 섹시한 몸매는 그대로인데 본드는 공사장서 해머를 휘두르던 인부에게 억지로 턱시도를 입혀 데려온듯 왠지 어색하다.
‘카지노 로얄’은 007 시리즈의 원작자 이안 플레밍의 첫 번째 소설 '카지노 로열'을 기본으로 새롭게 만들어졌고 제임스 본드의 탄생 과정을 재조명하는 작품. 올해 아카데미에서 ‘크래쉬’로 각본상을 받은 폴 해기스가 시나리오 작업에 참가했다. 그는 “‘카지노 로열'의 본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다. 특수무기에만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특수 정보원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생긴 것뿐 아니고 스크린에서 활동하는 방식도 달라졌다는 얘기다. 1970~1980년대 007시리즈는 나올 때마다 갖가지 신무기와 신차며 첨단 장비 등의 볼거리를 앞세워 관객들의 탄성을 유도했다.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 톱 스타를 앞세우고 더 많은 돈을 들여서 눈요기를 더 많이 집어넣은 블록버스터들이 등장하기 전까지다. 확실히 2000년대 들어 007 영화의 강점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007 제작자들은 이 시점에서 첨단 무기보다 주먹에 의존하는 원초적 본드로의 변신을 모색했고 그 시발점이 크레이그의 캐스팅이다. 크레이그는 “특수 장비에 의존하지않고 격렬한 액션을 펼쳤다. 캐스팅 이후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끊임없이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자세로 임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자신의 캐스팅을 반대하고 비난하는 안티 팬들을 일단 무시하고 영화를 찍는데만 전력을 기울였다”고 BBC 인터넷판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마음 고생이 꽤 심했을 게 분명하고 촬영 도중 앞니 두개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크레이그에게 확실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제작자인 바바라 브로콜리는 "브루스넌을 이을 새 제임스 본드를 찾을 때, 나는 크레이그가 적합한 배우이라고 생각했고 모든 007팬들이 완성된 영화를 보면 이 생각에 동의 할 것"이라며 안티 팬들의 반발을 일축했다. 그녀는 벌써 차기작 007로도 크레이그의 발탁 의사를 언론에 알렸다.
007의 모든 것을 바꿔버린 새 본드가 과연 21세기 관객들에게 어필할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안지는 올 연말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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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픽쳐스 릴리징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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