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결국 경험이 문제였다. 디트로이트에게 이번 월드시리즈는 '자멸 시리즈'였다. 계속되는 실책과 어이없는 플레이로 허탈하게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월드시리즈 준우승팀은 플레이오프 탈락 팀보다 더 속이 쓰리다. 2차전부터 조짐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에이스 케니 로저스가 송진으로 추정되는 이물질을 손바닥에 묻힌 채 투구하다 적발돼 곤욕을 치렀다. 로저스는 특별한 제재를 받지 않았으나 언론의 집중 포화에 선수단은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3차전부터는 마치 마(魔)라도 낀 것처럼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가 속출했다. 0-2로 뒤지던 3차전 7회말 무사 1,2루서 앨버트 푸홀스의 투수땅볼을 잘 잡은 조엘 주마야는 3루 악송구로 쐐기점을 내줬다. 1승1패 상황에서 2승을 먼저 올린 팀이 유리하다는 건 당연지사. 디트로이트는 경기를 헌납한 셈이다. 4차전도 다르지 않았다. 3-2로 앞선 7회말 중견수 커티스 그랜더슨이 데이빗 엑스타인이 친 플라이볼을 쫓다 미끄러지면서 2루타를 만들어줬다. 다구치 소의 희생번트를 잡은 페르난도 로드니는 뒤질새라 그만 1루 악송구를 범해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5차전에서도 디트로이트의 '실책 릴레이'는 이어졌다. 2회 세인트루이스 선두 야디에르 몰리나가 중전안타로 살아나가자 다구치의 희생번트, 제프 위버의 유격수 땅볼로 2사 3루. 엑스타인이 내야땅볼을 때려낸 순간 디트로이트 3루수 브랜든 인지의 송구가 1루수 션 케이시의 글러브를 한참 벗어나면서 선취점을 내줬다. 2-1로 역전한 4회에는 선발 저스틴 벌랜더가 악역을 맡았다. 1사 뒤 몰리나가 좌전안타, 다구치가 중전안타를 쳐 1사 1,2루. 투수 위버는 정석대로 보내기 번트를 시도했다. 이 순간 타구를 잡은 투수 벌랜더가 3루로 급하게 공을 뿌리다 악송구를 범해 동점을 허용한 것. 병살타로 연결됐으면 수비 종료, 최소 2사 1,2루가 됐어야 할 상황이 1사 2,3루로 변하면서 디트로이트는 침몰했다. 3∼5차전에서 믿을 수 없는 실책을 저지른 주마야(23), 로드니(29), 인지(29), 벌랜더(21)의 평균나이는 25.5세.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한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월드시리즈에선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격언을 디트로이트는 이날 밤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듯하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