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를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뽑지도 못했다. 그 결과로 한국시리즈 사상 초유의 3연속 연장전과 역대 4번째 15이닝 무승부가 빚어졌다. 투수와 수비에 치중하는 '지키는 야구'를 표방하는 선동렬 삼성 감독은 지난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 투수 9명을 쏟아부었다. 특히 마지막 투수로 지목한 오승환을 4이닝(투구수 64개)이나 마운드에 세우며 4승 1패로 끝내겠다는 강한 집념을 드러냈다. 그러나 선 감독의 말마따나 "타자들이 못 치는데" 재간이 없었다. 경기 직후 선 감독은 '한화의 투수진을 바닥냈다'는 판단 하에 만족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15이닝 1-1 무승부는 선 감독의 집요하게 지향하는 '지키는 야구'의 그림자가 아닐 수 없다. 선 감독은 이날 4번타자로 기용한 심정수를 4회 유격수 땅볼 이후 김창희로 교체했다. 심정수의 타격감이 좋지 못하고 외야 수비 강화차 종전보다 일찍 김창희를 택한 것이다. 그러나 한화 벤치는 10회말 2사 2,3루 끝내기 상황에 몰리자 3번 양준혁을 고의4구로 걸린 뒤 김창희와 승부를 택했다. 2사 만루에서 결과는 삼진이었다. 삼성은 이날 9개의 안타를 뽑아냈지만 전부 단타였다. 반면 삼진은 12개를 당했다. 김인식 감독은 "투수진이 소진됐다. 우리 팀은 삼성과 달리 던질 투수가 한정돼 있다"고 아쉬워했지만 지연규-김해님 등 '할 수 없이 올린' 투수들의 역투를 보며 6차전 선발로 안영명을 투입할 '용기'를 얻었을 지도 모른다. 반면 삼성은 양적-질적으로 탄탄하기 이를 데 없는 불펜력을 과시했고 수비도 무결점에 가까웠다. 그러나 '지키는 야구'로는 '지지않을 수는 있어도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준 시리즈 5차전이었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