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줘도 못먹는 애간장 시리즈'. 2006 한국시리즈는 팬들의 애간장을 녹일 대로 녹이는 '애간장 시리즈'가 되고 있다. 3차전부터 5차전까지 사상 초유의 3경기 연속 연장전. 연장 15회 무승부. 5시간15분 역대 최장시간 경기. 또 하나의 엽기적인 한국시리즈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연장전 3경기를 보느라 양 팀 팬들은 진이 다 빠졌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한화도 모두 이길 수도 있었고 삼성도 모두 이길 수도 있었다. 삼성이 연장 승부에서 2승1무를 거두고 시리즈 성적 3승1무1패로 유리한 고지에 올랐지만 서로 아쉬운 장면이 수두룩했다. 특히 한화 팬들에게는 너무도 아쉬운 연장 3경기였다. 3경기에서 승부의 주도권을 잡고도 단 한 판도 이기지 못했다. 3차전 8회말 홈런 2방으로 극적인 동점을 만든 뒤 11회말 2사 1,3루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4차전 2-2 동점에서 9회말 1사 2루, 10회말 무사 2루에서 끝내지 못했다. 5차전에서는 1-1 동점에서 9회초 2사만루, 10회초 2사1,3루에서 단 한 점을 얻지 못했다. 삼성은 2승을 따내 여유가 있었지만 역시 5차전에서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우승 헹가래를 뒤로 미뤄야 했다. 1-1로 팽팽한 10회말 2사 만루, 15회말 2사1,2루 찬스를 날렸다. 3승1패로 앞서 있어 유리하긴 하지만 잡을 때 못잡으면 분위기가 단박에 넘어갈 수 있는 게 단기전의 특성이다. 연장전과 함께 또 하나 단적인 예는 만루 찬스에서 단 한 점도 올리지 못한 사실이다. 4차전까지 양팀 합계 10번(삼성 6, 한화 4)의 만루 기회를 모두 날렸다. 5차전에서도 각각 한 차례씩 만루에서 끝낼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무위에 그쳤다. 모두 12번의 만루를 살리지 못한 한국시리즈다. 이 정도면 '줘도 못먹는 한국시리즈'라고 말해도 그리 틀리지 않을 듯하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