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렬(43) 삼성 감독이 명장(名將)의 반열에 올라섰다. 2005년 어느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감독 데뷔 첫 해 우승을 거머쥔 선동렬 감독은 2006년 한국시리즈까지 2연패를 달성, 명장의 계보를 잇게 됐다. 2005년 한국시리즈에서는 고려대 선배 김경문 두산 감독을 상대로 4연승, 올해는 '국민감독'이자 자신의 스승인 김인식 한화 감독마저 4승1무1패로 완파했다. 선동렬 감독은 김응룡 삼성 사장(당시 해태), 김재박 LG 감독(당시 현대)에 이어 역대 3번째로 한국시리즈를 연패했다. 한국시리즈 2회 우승은 김인식(한화) 강병철(롯데) 감독을 포함 역대 5번째. 감독 데뷔와 함께 2연패는 물론 최초다. 지금 추세라면 향후 우승 횟수를 가늠하게 어렵다. 명장으로 대접받기에 모자람이 없다. 선동렬 감독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지키는 야구'의 정수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두터운 마운드와 물샐틈 없는 수비력을 앞세워 한화의 홈런 타선을 제압했다. 2년째 깊은 고민을 안겨주었던 솜방망이 타선으로도 패권을 안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6차전까지 삼성 마운드는 권오준과 오승환이 페넌트레이스에 걸맞은 활약을 못했지만 배영수 임동규 브라운 권혁 임창용 등을 앞세워 경기당 2점으로 막았다. 한화의 홈런 타자들은 떼로 몰려드는 삼성 투수들의 정교한 제구력과 스피드에 밀렸다. 아울러 '천재 유격수' 박진만이 이끄는 내야진은 단 1개의 실책도 범하지 않아 마운드에 힘을 불어넣어주었다. 선동렬 감독은 수석코치로 부임한 지난 2004년부터 김응룡 당시 감독으로부터 투수 운영의 전권을 위임받고 투수 육성에 매달렸다. 배영수를 에이스로 키워냈고 권오준-오승환의 황금 계투진을 구축했다. 이와함께 권혁 임동규 오상민 등도 잘 다듬어 귀중한 자원으로 활용했다. 엄청난 훈련을 시키면서도 자존심을 세워주고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결과적으로 8개 구단 가운데 최강의 마운드를 만들 수 있었다. 강력한 마운드 구축에 성공한 선감독은 공격에서는 철저한 짜내기 야구를 시도했다. 심정수의 부상과 30대 중반의 노장 타자들이 많아지자 전형적인 번트야구를 했다. "선동렬 야구가 재미없다"는 주변의 말을 들으면서도 "타자는 절대 믿을 게 못된다"는 지론을 고수했다.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극심한 타선 부진 속에서도 권오준-오승환을 앞세운 불펜야구로 승승장구했다. 선 감독은 실전에서도 40대 초반의 사령탑 같지 않은 노련함과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냉정함, 그리고 철저한 계산을 바탕으로 하는 치밀성을 보여주었다. 이번 한국시리즈의 분수령이 됐던 3~4차전에서 연장승부 끝에 내리 2연승을 따내고 우승의 기틀을 마련한 이유였다. 선동렬 감독은 "올 스토브리그에서는 활발한 트레이드로 타선을 보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통해 '지키는 야구' 뿐만 아니라 '뽑는 야구'도 필요하다는 점을 절실하게 느꼈다. 이는 곧 막강한 마운드와 수비력을 바탕으로 타선을 보강해 정상을 지키겠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스승 김응룡 삼성 사장이 유일하게 갖고 있는 한국시리즈 3연패 및 4연패도 이룰 수 있다. 아예 김응룡의 V10 신화까지도 넘볼 기세이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