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사장이 헹가래를 기피한 이유는
OSEN 기자
발행 2006.10.30 10: 59

[0SEN=홍윤표 기자]헹가래는 우승한 자들만이 맛볼 수 있는 특권. 축하 행사의 서막을 알리는 행위이자 우승팀의 감독이나 사장, 단장 등이 환희의 절정을 누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지난 29일 잠실야구장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 200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최종전에서 우승팀 삼성 라이온즈의 김응룡 사장(66)이 ‘하늘에 뜨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해태 타이거즈 감독으로 9번, 삼성 감독으로 한 번, 삼성 사장으로 2005년에 한 번 등 모두 11차례나 ‘헹가래’를 받았던 김 사장이었지만 이날 삼성 선수들이 경기를 매조지한 투수 오승환과 선동렬 감독, 이수빈 구단주, 김재하 단장을 차례로 헹가래치는 대목에서 잠시 자취를 감추었다. 김 사장은 삼성이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2층 구단 관계자석에서 덕아웃으로 내려와 선 감독에게 축하인사를 건네기 위해 다가갔으나 선수들이 선 감독을 헹가래치기 위해 들이닥치자 소리없이 덧아웃 뒤로 사라졌다. 김 사장의 헹가래는 생략됐고 공식 시상 행사가 시작될 무렵에야 슬며시 다시 나타난 그는 선 감독에게 “선 감독이 나보다 한 수위”라며 덕담을 던졌다. 김 사장이 마땅히 누려야할 ‘권리’를 포기한 것은 자신이 다칠 것을 염려해서였다. 올 2월에 수술을 받은 데다 허리에 이상이 생겨 고생하고 있는 김 사장 스스로 헹가래를 사양한 것이다. 2004년 12월 그라운드의 지휘자에서 구단 최고 경영자로 탈바꿈 한 이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의 대업을 이룩한 그였지만 정작 그라운드 안에서 벌어진 우승 뒷풀이에는 뒷전에 서 있었다. 김 사장은 기념사진 촬영 때도 선수단의 맨 왼쪽에 자리잡아 언론사의 사진에 잘 노출되지도 않았다. 기념 사진의 중앙에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과 이수빈 구단주,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 그룹 고위층이 자리잡자 아예 그 자리를 피해 멀찌감치 떨어져 서 있었다(사진). 2년간 선동렬 감독의 뒷수발에 전력을 기울였던 김응룡 사장. 전면에 나서기를 쑥스러워하는 그의 성향이 우승 잔치 마당에 하나의 ‘음화’로 그려낸 진풍경이었다. chu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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