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3년 평균 타율 2할9푼9리 40홈런 119타점. 홈구장 타율 3할1푼4리. 알렉스 로드리게스(31.뉴욕 양키스)가 뉴욕 이적 뒤 거둔 성적이다. 그가 라인업에 들어서면 양키스는 득점부문 빅리그 2위를 벗어난 적이 없다. 그를 영입한 뒤 거둔 승수는 평균 98승이다. 그러나 로드리게스는 뉴욕팬들에게 '저주의 대상'이다. 포스트시즌서 극도의 부진을 보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한 선수는 그 혼자가 아니다. 모든 팬과 전문가로부터 '최고의 선수'라는 칭찬을 받지만 뉴요커들은 "그를 안 봤으면 좋겠다"고 대놓고 얘기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확실한 것은 기량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가을만 되면 죽을 쑤긴 했지만 그는 꾸준함의 표상이다. 그처럼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성공을 향한 집념이 대단한 선수도 찾아보기 힘들다. 타고난 재능에 투철한 목표의식까지, 그는 만점짜리 야구선수다. 그렇다면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결국은 이미지다. 대중에게 비춰지는 '어떤 모습'이 팬들로 하여금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얘기 밖에 안 된다. 그가 최고 연봉 선수라는 점은 계약 기간 내내 짊어져야 할 짐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로드리게스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을 안 나올 것 같은 인상을 풍긴다. 시애틀과 텍사스 시절 그는 훌륭한 기량과 인품을 모두 갖춘 훌륭한 선수로 여겨졌다. 그러나 뉴욕 입성 뒤 여론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 일부 변화가 생겼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로드리게스는 스스로 실수를 용납 못한다. 이는 팬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때 더하다. 마치 어떤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듯하다는 평가 마저 나올 정도다. 언론과 인터뷰할 때면 이런 그의 모습이 잘 나타난다. TV 카메라가 그를 향할 경우 그는 '겸손의 미덕'을 잊어버린다. 마치 "나는 잘 했는데 운이 없어서 졌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최고 미남에 최고의 스타다"라는 인상이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저널뉴스'의 칼럼니스트는 피터 에이브라함은 "자신이 얼마나 잘 났는지를 매번 강조하는 탓에 그는 스스로 문제를 양산한다"고 지적했다. 디비전시리즈 탈락이 결정된 뒤 'YES' 네트워크의 아나운서 마이클 케이는 "좀 괴로워하는 표정좀 지으면 안되는가. 이런 상황에서도 고개 뻣뻣이 들고 하고 싶은 말을 해야겠는가"라고 비난했다. 클럽하우스 분위기가 침통 그 자체이던 당시 정장차림의 로드리게스는 카메라가 다가 오자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담담히 소감을 밝힌 뒤 황급히 구장을 떠났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주장 데릭 지터는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찌푸리며 안타깝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거듭했다. 속이 상할 대로 상해 있을 팬들에게 둘 중 어떤 모습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질 지는 확인해볼 필요도 없다. 트레이드 폭풍에 휘말렸던 로드리게스는 뉴욕 잔류가 거의 결정됐다. 본인은 물론 구단도 타 팀 이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거듭 강조한다. 내년에도 그가 줄무늬 유니폼을 입을 것이 유력한 현실에서 일부 언론은 이미지 변화 노력이 절실하다고 충고한다. 양키스타디움에 울려펴지는 야유 소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스스로 '팀의 하나'라는 점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가 '슈퍼스타는 달라야 한다'는 인식을 버리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