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엄마를 먼저 만났다!” ‘열혈남아’는 건달영화와 휴머니즘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놈을 먼저 만났으면 건달영화로 끝났을 영화가 그놈의 엄마를 먼저 만나 휴머니즘을 껴안았다. 이정범 감독은 “조폭이나 건달영화가 아니다”며 “가짜가 아닌 진심, 사람들이 잊고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영화는 조폭이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옷을 입고 있는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한다. 소년원에서 만난 재문(설경구)와 민재(류승용)가 조직의 임무를 수행하다 실수로 엉뚱한 사람을 죽이고 그 대가로 민재는 목숨을 잃는다. 재문은 조직의 만류에도 민재를 죽인 대식(윤제문)에 대한 복수를 결심하고 조직에 갓 들어온 치국(조한선)과 함께 벌교로 향한다. 벌교에 가기 전까지 재문과 치국은 극과 극을 달린다. 한 조직에 몸담고 있는 건달이라고 해도 두 사람의 캐릭터는 상반된다. 쉽게 얘기해서 재문은 '건달답게' 악해 보이고 치국은 '건달일지언정' 인간적인 모습들에 선하게 그려진다. 판이하게 다른 두 사람의 캐릭터 때문에 좁혀질 것 같지 않은 둘의 관계도 벌교에 도착한 후부터 변한다. 벌교엔 모든 것을 끌어안는 엄마가, 그놈의 엄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복수를 계획하고 주변을 탐색하던 재문은 대식의 엄마, 점심(나문희)이 하는 국밥집에 드나들게 되고 자신을 아들처럼 대하는 점심에게 느껴지는 모성애 때문에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면서 뜻하지 않은 모정을 맞닥뜨리게 된 재문과 치국은 캐릭터의 변화를 겪는다. 평행선만 달리던 둘의 관계도 그 순간을 계기로 서로를 닮아가면서 거리를 좁혀가게 되는 것이다. 그 거리가 0이 되는 순간 멈추지 않은 것이 나중에 탈이 되지만. 그래서 영화는 재문과 치국이라는 인물을 통해 선과 악에 대한 판단을 흐려놓는다. “건달이기 이전에 사람”이라는 치국의 말은 재문의 판단력을 더욱 흐리게 만든다. 처음부터 절대적인 선도 절대적인 악도 없다.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사람은 때에 따라서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는 모순을 드러낸다. '열혈남아'에서 모순은 모성애에 의해 그 모습을 드러내 갈등을 일으키다 모성애에 의해 그 갈등을 잠재운다. 이쯤 되면 혹자는 영화는 결국 자식을 죽이려는 건달까지도 포용하는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진부한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어머니는 위대하다. 하지만 그런 교과서적인 얘기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설경구나 감독의 말처럼 받기만 해서 소중한 줄 모르고 잊고 살아가는 평범한 진리에 있지 않을까. “아직도 어머니에게 못 박고 삽니다. 하지만 항상 감싸 안는 게 어머니이고 또 늘 사고치는 게 자식인 것 같습니다.”(설경구) “가짜가 아닌 진심, 사람들이 잊고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열혈남아'가 어머니에게 전화 한통이라도 할 수 있는 영화가 되면 그걸로 만족합니다.”(이정범 감독) oriald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