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부자가 한 팀에서 한 유니폼을 입고 뛰는 역사적인 장면은 다음 기회로 미뤄지게 됐다. 프로야구 첫 신인왕(1983년) 출신으로 올 시즌 SK 수석코치로 활동했던 박종훈(47) 코치가 지난 30일 SK 구단을 떠나기로 했다. 박종훈 코치는 이만수 수석코치의 입단식이 끝난 후 김성근 감독을 따로 만나 사의를 밝혔다. 박 코치가 사퇴한 것은 김성근 감독 취임 이후 구단과 내년도 코치계약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탓이 크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김성근 감독은 박종훈 코치에게 내년 시즌 3루 작전 및 외야 수비코치직을 맡길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2007년도 신인 2차 지명 5순위로 SK에 지명돼 계약금 5000만 원을 받고 입단한 아들 박윤과 헤어지게 됐다. 박윤은 지역 연고팀인 인천고 출신의 좌타 내야수로 청소년대표팀 4번타자를 맡은 바 있는 유망주다. 박윤은 대학 진학을 마다하고 아버지가 있는 SK 구단에 입단, 프로세계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스타로 성장하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박종훈 코치는 선수시절 정확성과 날카로움을 갖춘 스타였다. 1983년 OB 베어스(두산베어스 전신)에서 프로에 데뷔해 그 해 최다안타왕에 오르며 프로야구 첫 신인왕에 등극, 잘나가다가 빈볼을 허리에 맞고 후유증으로 선수생활을 오래 하지 못했다. 85년 중반까지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박 코치는 빈볼에 의한 허리 부상 이후 급격한 내리막을 걷다가 88년 은퇴했다. 현역 은퇴 후 지도자로 새 출발, LG-현대를 거쳐 2003년 SK에 안착했다. SK에서는 수석코치로 동기생인 조범현 감독을 보좌해 2003년 한국시리즈 진출 등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박 코치는 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SK 구단을 떠나게 돼 새로운 구단을 알아봐야 할 처지다. 박종훈-박윤 부자는 프로야구 최초로 한 팀에서 뛸 가능성이 높았지만 아버지 박 코치가 갑작스럽게 팀을 떠나게 되면서 한 팀 부자 활약이 무산됐다. 프로야구에서는 그동안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시기에 지도자와 선수로 함께 활동한 경우는 김진영 감독과 아들 김경기의 경우가 있었지만 김경기가 데뷔한 1990년 아버지는 롯데 감독, 아들은 태평양 선수로 활동, 같은 팀에서 뛴 적은 없다. SK에서 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뒤로 하고 나온 박종훈 코치가 어느 팀 유니폼을 입을지도 관심사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