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충청 야구를 깨운' 김인식의 힘
OSEN 기자
발행 2006.10.31 10: 11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한화 팬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오랫동안 잠자던 충청 야구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한국시리즈는 이미 끝났지만 아직도 여운이 채 가시시 않고 있다. 특히 한화 팬들이 보여준 야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이번 한국시리즈의 화제의 연속이었다. 한동안 침체기에 빠진 충청 야구가 부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 팬들은 준플레이오프부터 대전구장을 들썩거렸다.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2경기, 현대와의 플레이오프 2경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2경기 모두 만원을 기록했다. 불과 1만 1000석에 불과한 대전구장의 수용 한계가 아쉬울 따름이었다. 대전구장 인근의 식당과 선술집, 숙박 업소는 이른바 대박을 터트렸다.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인근 식당을 찾아 밤 2~3시까지 야구를 화제 삼아 술잔을 기울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식당 주인들은 "음식이 동이 났다", "앞으로 경기를 더 하면 우리가 죽는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어느 택시 기사는 "한화가 이번에 야구를 재미있게 해서 대전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랫만에 대전에 야구 바람이 부는 것 같아요. 언제입니까? 한국시리즈 우승하고는 (한화가)별로 못했잖아요"라고 웃기도 했다. 이런 야구 바람은 서울 잠실로 퍼져갔다. 한국시리즈 5차전과 6차전에서 한화 팬들이 잠실구장의 정확히 반을 가득 메웠다. 1승3패로 패색이 짙었음에도 잠실구장으로 몰려들어 관중석을 구단의 고유색인 빨강으로 물들였다. 조직적이고 열성적인 응원을 보냈다. 삼성이 우승했지만 응원은 한화가 이겼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같은 충청 야구의 붐은 김인식 감독의 힘이었다. 99년 한국시리즈 진출 이후 5년 동안 준플레이오프 1회진출에 불과했고 한화는 결국 변방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지난해 김 감독의 부임으로 팀을 재정비, 예상을 뒤엎고 4강에 진출했다. 이어 SK를 꺾고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올해는 FA 내야수 김민재와 '대성 불패' 구대성을 영입해 단숨에 최강 전력으로 발돋움했다. 시즌 초반 삼성과 선두 다툼을 벌이다 최영필의 부상으로 정규리그 3위로 마감했으나 KIA와 현대를 연파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 삼성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어쩌면 모두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였지만 아쉽게도 1승1무4패로 무릎을 꿇었다. 한화의 전성기는 지난 90년대 전후였다. 특유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앞세워 이 시기에 한국시리즈에 4번 진출했다. 우승을 놓쳤지만 당시의 전력은 막강했다. 이후 하위권 팀으로 전락했고 구대성 정민철 송진우를 앞세워 99년 비원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팀 전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다시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한화는 올해까지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과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강팀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재계약 하는 김인식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숙제로 지적받은 수비력과 불펜을 보강해 내년시즌 다시 한 번 정상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인식호가 오랜 잠에서 깨어난 충청 야구를 정상으로 등극시키게 될지 주목된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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