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한국프로야구 MVP와 신인왕 시상식이 2일 열린다. 이미 신인왕은 한화 류현진(19)의 수상이 확정적이지만 MVP는 '투수 3관왕' 류현진 외에 '타격 4관왕' 이대호(롯데), 한 시즌 세이브 아시아기록을 세운 오승환(삼성)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누가 MVP를 수상하더라도 '이래서 탔다'라는 나름의 자격을 갖춘 후보들이다. 그러나 류현진이 신인상만 수상한다면 불합리하다는 견해가 적지않다. 먼저 이대호는 이만수(1984년 당시 삼성, 현 SK 수석코치) 이래 첫 타율-타점-홈런 타자 3관왕이다. 마지막까지 '타율 관리'의 구악을 답습하지 않고 타격왕(.336)에 올랐다. 여기다 장타율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나머지 두 부문은 26홈런-88타점짜리 1위였다. 모 코치의 말처럼 "다른 해 같았으면 홈런-타점 1위는 상상하기 힘든 성적"임에 틀림없다. 더군다나 한국은 미국 일본과 달리 사이영상이나 사와무라상 같은 투수를 위한 상이 따로 제정돼 있지 않다. 최근 2년간 투수(배영수-손민한)가 MVP를 받은 사실도 여기에 기인한다. 오승환과 류현진의 경합은 곧 '마무리와 선발 중 어느 쪽이 더 가치있는가'라는 문제를 함축하고 있다. 오승환은 63경기에 나가 47세이브를 올렸다. 일본의 46세이브를 넘어선 단일 시즌 아시아 최다세이브 기록이다. 또 그의 소속팀 삼성은 한국시리즈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그는 우승 경기를 극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세이브는 상당 부분 '상황의 산물'이다. 최다 세이브를 기록해서 MVP를 받는다면 최다 홀드를 기록한 권오준(삼성)은 왜 후보조차 오르지 못했는가. 9회를 막는 세이브 투수가 7,8회를 막는 홀드 투수보다 더 심리적인 중압감을 받는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아울러 소속팀 우승은 이미 한국시리즈 MVP 시상(박진만 수상) 등으로 '계산'이 끝났다. 물론 류현진의 다승 1위도 상당 부분 불펜이나 운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류현진은 201⅔이닝을 던지면서 지금의 투수 3관왕을 해냈다. 특히 204개의 탈삼진은 그가 자력으로 잡아낸 아웃카운트 숫자다. 9이닝당 탈삼진 숫자(79⅓이닝 109탈삼진)로 치면 오승환이 우위지만 200이닝 넘게 던졌다면 어찌됐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메이저리그서 트레버 호프먼(샌디에이고)은 1998년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를 달성하고도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수상에서 톰 글래빈(당시 애틀랜타, 현 뉴욕 메츠)에게 밀렸다. 빅리그 사상 최고 마무리로 평가받는 뉴욕 양키스 마리아노 리베라 역시 사이영상은 단 한 차례도 수상하지 못했다. 최근 마무리의 사이영상 수상 사례는 2003년 에릭 가니에(LA 다저스)가 유일했다. '가장 가치있는 실적을 낸 투수'에게 상을 주는 것이지 '가장 위압적 구위를 갖춘 투수'에게 상이 돌아가는 게 아니라는 관점을 공유하는 데서 나온 결과로 풀이된다. 아울러 류현진이 신인이어서 '신인상만 주겠다'는 편의적 발상은 '역차별'이다. 이미 일본만 하더라도 노모 히데오(당시 긴테쓰)의 신인왕과 MVP 동시 수상, 우에하라 고지(요미우리)의 신인상과 사와무라상 동시 수상의 전례가 있다. MVP 결정권을 지닌 한국의 방송, 신문 기자들이 어떠한 기준에 의해 판단을 내릴지 지켜보자.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