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렬 삼성 감독이 '특별한' 이유
OSEN 기자
발행 2006.11.01 09: 58

"3차전이 가장 어려웠다. 권오준-오승환을 내고도 3-0에서 동점이 됐다. 그러나 (동점 이후) 오승환을 뺐던 것은 판단이 잘 됐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3차전이 키 포인트였다". 선동렬 삼성 감독이 한화를 깨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 공식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 반대로 김인식 한화 감독은 '첩첩산중'의 심정을 느꼈을 것이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2연패는 곧 불펜의 승리나 마찬가지였다. 선 감독은 권오준-오승환 라인을 불펜의 뼈대로 삼았지만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유연성을 발휘했다. 특히 15이닝 무승부(1-1)로 끝난 5차전에서는 선발 브라운 이후 8명(오상민-배영수-권오준-권혁-임창용-전병호-오승환-임동규)의 투수가 릴레이로 던졌다. 다음날 선발로 던질 하리칼라를 제외한 모든 투수가 다 나온 셈이다. 반면 김 감독의 한화는 "송진우가 아프니까 엉클어질" 만큼 층이 엷었다. 이는 곧 구대성-문동환-류현진-최영필의 과부하로 점철됐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5,6차전에 걸쳐 삼성의 거의 모든 불펜투수의 투구수가 20개 미만이었다는 점이다. 5차전 오승환만이 4이닝 64구를 던졌다. 이마저도 본인의 자원이었다고 한다. 선 감독이 질적(KO 불펜)-양적(8명의 불펜) 측면뿐 아니라 불펜 운용법에서도 자기만의 경지를 개척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선 감독은 해태 시절 선발과 불펜을 전천후로 뛰었다. 262⅔이닝을 던진 1986년(투수 3관왕에 평균자책점 0.99)을 비롯해 1991년까지 매 시즌 160이닝 이상을 투구했다. 후반기만 뛴 1985년 데뷔 시즌조차 100이닝(111이닝)을 넘겼다. 이러던 그가 주니치로 건너가서는 마무리로서 이와세-이상훈-오치아이 등의 도움을 받아 합리적 환경에서 세이브를 쌓을 수 있었다. 선 감독의 지금 불펜 기용은 해태 시절의 반면교사이자 주니치 시절의 영향이 크든 작든 작용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감독 데뷔 이래 2년 연속 우승도 대단하지만 자기만의 색깔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선동렬식 시스템 야구의 힘이 담겨있다. sgo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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