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속 동성애, 이제 감출 게 없다
OSEN 기자
발행 2006.11.02 08: 57

[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아직은 한국 사회에서 어렵고 은밀한 코드인 동성애가 충무로의 인기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조선시대 광대들의 내밀한 동성애를 린 '왕의 남자'가 올초 1230만명 관객을 동원한데 이어 이번에는 본격적인 하드코어 동성애 영화까지 개봉을 준비중이다. 이송희일 감독의 '후회하지 않아'다. 이송희일 감독이나 이한, 이영훈이란 두 주연배우도 낯설다. 이 감독은 '슈가 힐' '동백아가씨' 등 주목할만한 단편영화를 연출한 경력을 인정받아서 이번에 장편 데뷔를 했다. 이한은 그나마 TV 드라마 등에서 간혹 얼굴을 내비쳤지만 이형훈의 장편 연기는 이번이 첫 경험이다. '후회하지 않아'의 직접적인 동성애 묘사는 감독, 배우의 짧디 짧은 제도권 안의 경력 덕분에 수위가 더 높아졌다. 굳이 비교하자면 올 해 아카데미 수상작인 안 감독의 '브로크벡 마운틴'을 연상시킬 정도로 남자 간의 섹스신을 직접적으로 묘사했다. '가을로' '혈의 누'의 김대승 감독이 '번지점프를 하다'를 찍고나서 제작사로부터 언론 인터뷰 때 동성애 코드를 부인해달라고 요청받았던 당시와는 상전벽해다. 그래서일까. 지난달 31일 개최된 VIP 시사회에서 무대에 오른 제작진과 배우는 남자 일색이었다. 한마디로 비중있는 역할의 여자 배우는 한명도 없다는 얘기다. 사회 참석자들은 남자 일색의 무대에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이 감독은 "그냥 한편의 멜로 영화일 뿐이다. 편견없이 봐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낮에는 공장에서, 밤에는 대리운전기사로 일하던 수민은 어느 날 부잣집 아들 재민의 차를 운전하게 된다. 첫 눈에 서로에게서 묘한 감정을 느낀 두 사람은 느 날 기업체 간부의 아들과 해고 노종자로 재회하면서 운명의 연을 이어간다. 이후 수민은 게이 호스트바에서 잘 나가는 선수로 일하게 되고, 재민은 그를 지못해 찾아가면서 예상치못한 사건들을 겪게된다. 어찌보면 통속적일 수 있는 스토리가 사랑하는 재민과 수민, 두 주인공의 성별이 모두 남자라는 사실 때문에 통통 튀게된다. '가족의 탄생' 김태용 감독은 "이송희일 감독이 아니면 못 만들 영화다. 기다린 만큼 만족도 크다'고 했고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영 감독도 '작지만 힘이 가득한 영화다. 감독의 진심이 느껴지고 드라마가 흥미롭다'는 찬사를 보냈다. 두 감독 모두 올해 기억될만한 수작을 발표했지만 흥행에서는 범작 수준에 그치는 아쉬움을 남겼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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