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나는 가을, 왠지 멜로가 끌린다
OSEN 기자
발행 2006.11.04 09: 20

눈물 나는 가을이다.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이유는 순전히 계절 탓, 가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울 준비가 되어 있다 하더라도 현실 상황이 우리를 눈물 나게 하도록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 ‘울고 싶은 아이 때려줄’ 의도된 계기가 필요하다. 눈물에 호소하는 영화, 드라마가 그래서 이 계절엔 제격이다. KBS, MBC, SBS TV가 제각기 이 가을과 어울리는 최루성 드라마들을 준비하고 있다. SBS TV ‘눈꽃’, MBC TV ‘90일, 사랑할 시간’, KBS 2TV ‘눈의 여왕’ 등이 그것이다. ‘눈꽃’은 엄마와 딸의 오해와 갈등, 그리고 화해와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엄마는 엄마라서, 딸은 딸이라서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강애와 영화배우 딸인 유다미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필수적으로 찾아오는 세계관의 차이로 심각한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아버지의 도움으로 둘은 어렵게 화해를 하고 이 일을 계기로 딸은 엄마의 진정성을 깨달아 가지만 엄마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췌장암에 걸린 엄마는 그 때 이미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이강애 역은 ‘부모님 전상서’ 이후 1년여 만에 돌아오는 김희애가 맡았고 유다미 역은 ‘제 2의 보아’로 불리는 고아라가 나선다. 월화드라마 ‘독신천하’ 후속으로 11월 20일 첫 방송된다. MBC TV에서 ‘여우야 뭐하니’ 후속으로 준비하고 있는 ‘90일, 사랑할 시간’도 손수건이 필요한 최루성 멜로물이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90일 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자 주인공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가 주된 스토리다. 안타깝게 헤어진 첫 사랑에게 남은 시간 함께 여행을 떠나 줄 것을 주문하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삶과 사랑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작품이다. 안타까운 시한부 사랑을 연기할 배우는 강지환과 김하늘이다. ‘시한부’라는 신파적인 소재를 현대적 감각으로 다뤘다고는 하지만 이것은 눈물을 빼게 하는 방법만 달라졌을 뿐, 눈물이 흐른다는 본질은 변함이 없다. 11월 15일 첫 방송. KBS 2TV에서는 현빈과 성유리라는 고급 카드를 꺼내 ‘눈의 여왕’을 준비했다. 11월 13일 ‘구름계단’ 후속으로 방송될 새 월화드라마 ‘눈의 여왕’은 한 때 천재라 불렸던 삼류체육관의 가난한 스파링 파트너 태웅(현빈 분)과 모든 걸 다 가졌지만 근무력증이라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 재벌 상속녀 보라(성유리 분)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를 다룬 멜로물이다. 눈물의 강도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가 날 수도 있지만 ‘멜로’라는 외적인 요건은 모두 갖춘 작품이다. ‘봄의 왈츠’를 만들었던 윤스칼라가 제작을 맡았고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탄생시킨 이형민 PD가 연출한다. 영화 쪽에서는 실제 계절보다 한발 앞서 가을을 시작했다. 9월 14일 개봉했던 강동원 이나영 주연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가을 멜로의 포문을 열었다. 추석 시즌에 앞서 개봉해 비수기였던 9월 극장가를 달군 이 영화는 추석 시즌에도 흥행을 이어가며 한국 멜로영화 흥행기록을 다시 세웠다. 추석 연휴 이후 한동안 뜸했던 멜로 영화의 본격 시동은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가을로’(김대승 감독)가 알렸다. 삼풍백화점 붕괴를 소재로 했지만 영화 중반 이후에는 죽은 연인이 남긴 다이어리를 따라 아름다운 곳들을 여행을 하는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 이 여행에서 주인공 현우(유지태 분)는 연인 민주(김지수 분)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깨닫고 죄책감을 털어버린다. ‘가을로’와 같은 날 개봉한 ‘마음이’는 남녀의 사랑이 아닌 개와 사람의 애틋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11월 16일에는 남성들의 사랑을 그린 퀴어멜로 ‘후회하지 않아’와 ‘글레디에이터’의 러셀 크로우와 리들리 스콧 감독이 다시 만난 멜로 영화 ‘어느 멋진 순간’이 개봉된다. 11월 23일에는 스트리트 댄서와 엘리트 발레리나 지망생의 사랑과 청춘을 그린 댄싱드라마 ‘스텝 업’이 관객을 찾는다. 가을 멜로 영화의 절정은 11월 30일이다. 한석규 김지수 주연의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이병헌 수애 주연의 ‘그 해 여름’, 이치하라 하야토와 우에노 주리가 출연한 일본 영화 ‘무지개 여신’이 같은 날 개봉한다. 뿐만 아니라 12월 7일에는 박찬욱 감독의 멜로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기다리고 있다. 특히 이 영화는 톱가수이자 TV드라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비(정지훈)의 스크린 데뷔작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00c@osen.co.kr, pharos@osen.co.kr 위부터 좌에서 우로, 드라마 ‘눈꽃’ ‘눈의 여왕’ ‘90일, 사랑할 시간’, 영화 ‘가을로’ ‘그 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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