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박의 '심리전', LG-삼성 '3차대전'
OSEN 기자
발행 2006.11.04 10: 13

연일 대포를 날리고 있다. 15년 만에 친정 팀 LG 트윈스에 사령탑으로 복귀한 ‘그라운드의 여우’ 김재박(52) 감독이 한국시리즈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한 삼성과 선동렬(43) 감독을 향해 직격탄을 날리며 자극하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달 20일 취임하자마자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은 돈 주고 사다놓은 선수들이 많으니까 좋은 성적은 당연하다. 현대에서 사들인 선수 몸값만 해도 140억 원이 넘는다. 그 정도 팀이라면 누가 맡아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말해 눈길을 모았다. 삼성의 우승을 평가절하하는 발언이었다. 이에 선동렬 감독은 "(우승을)시기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 아닌가.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선 감독은 선배 김재박 감독과 충돌하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함인지 더 이상 말을 아꼈다. 그러나 선 감독의 이같은 반응을 전해 들은 김 감독은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지난 1일부터 경남 진주에서 실시되고 있는 LG의 마무리 훈련을 지휘 중인 김 감독은 취재온 기자들에게 “시기심이 아니라 당연한 것 아닌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삼성을 응원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기자들도 한화를 응원하더라”며 다시 거침없는 쓴소리를 했다. 김 감독의 이 같은 자극적 발언은 2가지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하나는 현대 감독시절 주요 선수들을 삼성에 FA로 빼앗긴 데 따른 ‘반삼성’ 감정이고 다른 하나는 침체에 빠진 LG 선수단을 자극, ‘싸움꾼’으로 만드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실 LG와 삼성은 오래 전부터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왔다. LG는 MBC를 인수해 1990년 창단할 때부터 전자업계 라이벌인 삼성과 경쟁을 벌여왔다. 은근한 경쟁이 전쟁으로 이어진 것은 2000년 프리에이전트(FA)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때부터였다. 당시 LG 그룹 고위층에서는 주전 포수 김동수를 지키고 한화에서 FA 시장에 나온 좌완 특급 송진우를 데려오기를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고 출신인 프랜차이즈 스타 김동수를 삼성에 빼앗기고 송진우도 한화에 잔류, LG로선 아무 소득이 없었다. 간판 스타를 빼앗긴 LG는 다음 해부터 ‘삼성만은 꼭 이기겠다’며 칼을 갈았고 이후 물불 가리지 않고 FA와 트레이드 시장을 휘저었다. 그래서 홍현우 양준혁을 데려오기는 했지만 실패작이 되면서 질책을 받았다. 이것이 LG와 삼성간의 ‘1차 대전’이었다. 그리고 4년 후 ‘선동렬 감독 사태’로 2차 대전이 일어났다. LG는 두산과 함께 당시 한국야구위원회 홍보위원으로 야인으로 머물고 있던 선동렬 감독을 영입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선 감독은 삼성의 수석코치직을 받아들여 떠났다. 그러자 LG는 선수 시절부터 선 감독과 라이벌이었던 이순철 코치를 전격적으로 감독으로 발탁, ‘맞불’을 놓았다. 이 감독은 개인적인 라이벌 의식과 구단간 라이벌 관계를 감안한 듯 삼성과의 일전에 초점을 맞추고 선수들을 채근했다. 이 감독의 의욕은 좋았지만 결과는 전력이 한 수 위인 삼성의 승리였다. 그리고 3년이 흐른 지금 김재박 감독이 총대를 메고 삼성과의 전쟁터에 선봉장으로 나섰다. 선장인 김 감독은 취임하자마자 삼성을 향해 연일 대포를 날리며 싸움을 걸고 있다. 구단도 전폭적인 지원으로 ‘3차대전’만큼은 승리로 이끌겠다는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LG는 일단 곧 열릴 ‘FA 시장’에서 전력 강화에 나설 태세다. 반면 한국시리즈 2연패로 느긋한 삼성은 ‘더 이상 FA 영입은 없다’며 한 발 빼고 있는 형국이다. 오프시즌부터 불붙은 라이벌 구단 LG와 삼성간의 내년 시즌 3차대전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야구가 팬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선 ‘라이벌전’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 속에 내년 시즌 삼성과 LG의 한판 대결이 기대된다.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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