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참 집요하게 묻더군요. 영화에는 관심이 없고 북한과 핵실험, 반미에 관련해서만 줄기차게 캐묻더라고요". AFI 필름 페스티벌 참가차 미국 LA에 체류 중인 봉준호 감독이 씁쓸한 감정을 드러냈다.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 LA 타임스 >에 대서특필된 '괴물' 관련 기사의 배경에 대해 설명하면서 착찹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브루스 월러스 도쿄 주재 특파원이 게재한 당시 기사는 미국 진출을 앞둔 괴물이 반미적 성향을 갖고 있다며 '북핵으로 위기감이 감도는 와중에 영화는 북한이 아닌 미국을 '괴물'로 여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봉 감독은 "LA로 떠나기 전 서울에서 도쿄 주재 LA타임스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런데 유독 북한 문제와 반미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나중에 보니 기사도 영화보다는 북한 애기가 태반이더라"며 혀를 찼다. 봉 감독은 "확실히 말해두는 데 괴물은 반미 영화가 아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는 게 오히려 사실에 가깝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이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은 가족간의 끈끈한 사랑, 재난이 발생했을 때 사회적 보호 시스템은 전무한 채 개인적 네트워크에만 의존해 사태를 수습하는 한국인의 현실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만 1300만 관객을 동원해 엄청난 화제를 모은 괴물은 그렇지 않아도 미 언론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대개는 영화의 내용과 구성에 관한 리뷰가 대부분이지만 일부 언론에선 '스토리가 되는' 반미 문제와 엮어 '이상한' 방향으로 논조를 전개하고 있다. 북한 수용소의 처참한 현실을 폭로해 극찬을 아끼지 않은 뮤지컬 '요덕 스토리'와는 또 다른 방향에서의 '관심'인 셈이다. 봉 감독은 올 연말 미국에서 개봉하는 괴물의 흥행 가능성에 대해 "차기작도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다음에는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봉 감독의 조심스런 반응과 달리 할리우드에선 괴물의 영화적 성공 가능성을 높이 사고 있다. 메이저 영화사인 유니버설 픽처스가 리메이크 판권을 사들여 내년 1월 미 전역에 개봉할 예정일 정도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반미 영화가 아니다"는 봉 감독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움직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살인의 추억'에 이어 괴물로 단숨에 해외에서 주목받는 스타 감독의 반열에 오른 봉 감독은 현재 차기작을 준비중이다. 서울에서 발생하는 대재앙이 주된 소재라고만 그는 소개했다. 한편 봉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여러차례 영화 제작 제의를 받았다. 현재 신중하게 검토중이다"고 밝혀 그의 할리우드 진출이 실현될지 여부에도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4일 LA 시내 르 메리디안 호텔에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는 약 30분 간격의 인터뷰를 위해 미국의 각종 매체 기자들이 줄을 서는 등 봉 감독과 괴물에 대한 미 현지의 비상한 관심을 반영했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