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 다저스서 도약하지 못한 이유는?
OSEN 기자
발행 2006.11.06 08: 51

지난해 이맘 때로 기억된다.
당시 LA 다저스 소속이던 최희섭(27)은 레지 스미스 야구센터에 기자들을 초청, 타격폼 교정 훈련을 공개했다.
훈련 도중 최희섭이 "올 시즌 조금만 부진하면 타격 코치가 간섭을 한다'는 요지의 하소연을 털어놓자 스미스 코치는 "너는 메이저리거다. 맞다고 생각하는 점은 받아들이고 아니라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정색하며 반응했던 기억이 지금도 인상적으로 남는다.
최희섭은 훈련 후 기자들과의 인터뷰 때도 "야구로 생각이 많았던 시즌"이라고 2005년을 자평했다. 프런트의 폴 디포디스타 단장의 기대는 컸지만 막상 현장의 짐 트레이시 감독, 팀 월락 타격코치와 잘 맞지 않았음을 우회적으로 토로한 것으로 들렸다.
그리고 '최희섭은 억울했다'고 증언하듯 6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지역지 역시 이 부분을 간접 인정했다.
이 신문은 브루스 보치가 샌프란시스코 감독으로 떠난 뒤 차기감독 후보군을 열거했는데 이 가운데 월락의 이름도 포함됐다. 주목할 점은 '월락은 다저스 코치 시절 머니볼 모델과 역행하는 지도법을 썼다. 특히 최희섭에게 그랬다. 월락은 최희섭에게 타석에서 보다 공격적이고 볼넷을 적게 얻으라고 주문했다. 월락 역시 현역 17년 동안 58개 이상의 볼넷을 얻어낸 시즌이 없었다'라고 소개한 부분이다.
결국 디포디스타 단장은 타석에서 신중하고 선구안에 파워를 겸비한 최희섭의 장점에 매혹돼 엄청난 출혈(최희섭, 브래드 페니 영입을 위해 다저스는 플로리다에 기예르모 모타, 폴 로두카, 후안 엔카르나시온을 넘겨줬다. 이 트레이드 때문에 디포디스타는 임기 내내 LA 언론의 포화를 맞았다)을 감수하며 최희섭을 데려왔는데 막상 현장의 코치들은 '최희섭을 개조하려는' 시도를 감행한 꼴이다.
최희섭에게 있어 다저스 시절은 일생일대의 기회였지만 2005년 실패를 목도한 뒤 웨이버로 공시돼 보스턴으로 전격 이적됐다. 어쩌면 최희섭은 '신야구'를 실험하던 다저스 프런트와 보수적 현장 지도자 사이의 야구관 충돌에서 파생된 희생양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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