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장사들이 연예계로 몰리는 이유는?
OSEN 기자
발행 2006.11.06 15: 33

씨름 선수 백승일이 트로트 가수로의 변신을 꾀한다. 17세였던 1993년, 최연소 기록으로 민속씨름 천하장사를 차지했던 인물이다. 천하장사 3회, 백두장사 7회의 화려한 모래판 경력을 쌓았지만 2004년 12월 소속팀 LG씨름단이 해체된후 방황을 거듭하다 결국 지난해 씨름판을 떠났다. 갈 곳을 잃었던 그는 연예계를 제2의 인생 무대로 결정, 1년 간 앨범 준비 끝에 이번 달 20일부터 타이틀곡 ‘나니까’를 앞세워 본격적인 가수활동에 나섰다. 씨름 선수 출신으로 연예계의 문을 두드린 사례는 백승일이 처음이 아니다. 인기 MC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리는 강호동을 비롯해 박광덕, 그리고 모델 겸 배우 이언('천하장사 마돈나') 등이 모두 씨름 선수 출신이다. 강호동은 1988년 민속씨름에 데뷔한 후 천하장사 5번, 백두장사 7번 등 화려한 경력으로 씨름판을 휩쓸다 1993년 돌연 연예계에 데뷔해 재치 있는 입담으로 방송을 장악했다. 지금은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인기 MC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며 변신에 성공한 대표적인 씨름선수 출신으로 남고 있다. 강호동의 성공이 본보기가 되어 박광덕도 1996년 개그맨으로 방송에 진출해 각종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이후 1년 만에 다시 씨름선수로 복귀했고 2000년 은퇴했다. 씨름판과 생리가 전혀 다른 연예계에 적응하지 못한 사례다. 1997년 제 78회 전국체육대회 씨름부문 금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던 유망주 이언은 대학교 1학년 때 일찌감치 씨름을 접고 혹독하게 몸무게를 감량했다. 그 결과 2000년 모델로 데뷔해 지금까지 총 100여 차례나 무대에 서며 인기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씨름선수 역을 맡아 배우로도 가능성을 선보였다. 이처럼 씨름 선수들이 연예계로 진출하는 이유는 주체할 수 없는 끼를 발산하기 위함도 있겠지만 이보다 근본적인 요인으로 씨름판의 붕괴를 들 수 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손에 땀을 쥐고 씨름경기를 지켜보던 모습은 이제 어렴풋이 우리들 기억 속에나 남아 있을 정도로 씨름은 비인기종목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지자 하나 둘씩 해체되는 팀들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이에 불안함을 느낀 선수들이 자신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한 방법으로 연예계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연예계의 진출뿐만 아니라 최홍만, 김동욱, 김경석 등 이종격투기로 진로를 전환하는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영역파괴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요즘, 백승일 선수의 연예계 데뷔는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씨름판을 휘젓던 선수가 연예계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도 팬들에게는 반갑고 재미있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순간의 현실도피나 호기심이 아닌 끼와 실력을 바탕으로 한 뚜렷한 목표와 의지가 있을 때 성공할 수 있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명한 일이다. hellow0827@osen.co.kr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백승일, 강호동, 이언, 박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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