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선, '감독에게 뺨 맞고 연기 배웠다'
OSEN 기자
발행 2006.11.08 08: 29

[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조한선이 뺨을 맞아가며 연기를 배웠다. 조폭 연기의 감정선을 살리기 위해서다. 잘 나가는 신예 스타를 때린 인물은 '열혈남아'의 이정범 감독. 제작사가 밝힌 촬영중 에피소드는 이렇다. 영화속 치국(조한선)이 오로지 복수만 생각하는 냉혈한 조폭 선배 재문(설경구)에게 "복수를 그만두면 안되겠냐, 형님도 건달 이전에 사람 아닙니까"라고 호소하는 장면을 찍을 때다. 재문은 후배의 눈물어린 호소에 감동받아 쉽게 움직이는 캐릭터가 아니다. 오히려 따지고 드는 후배에게 욕설과 함께 주먹 세례를 퍼붓는다. 진심을 보였건만 무시당하고 두들겨 맞을 때의 그 씁쓸함이란. 조한선은 이 부분에서 연기 몰입이 쉽지 않았다. 상대역인 설경구가 감정 폭발 연기에서 국내 최고이다보니 긴장한 탓도 컸다. 이 감독이 거듭되는 리허설에도 감정선을 못살리는 조한선을 불러 따귀를 한대 올려부쳤다. "아무리 감정에 호소하는 이야기를 하는 상황이라도 일방적으로 맞기만 해서는 상대방에게 악이 받치겠냐"고 지적했다. 깨달음은 늘 한순간이다. 이어진 촬영에서 조한선은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설경구에게 들이밀며 훌륭한 리액션을 해다. 바로 'OK'가 떨어졌다. 운동선수 출신이라 재문 못지않게 센 주먹을 가진 치국이 단지 선배라는 이유 하나로 비오는 날 먼지날 때까지 구타를 당하는 신은 그렇게 탄생했다. 사실감을 높이다보니 조한선은 실제 설경구의 매운 주먹에 혼쭐이 났다. 촬영후 모니터를 하면서 "엄청 아팠다"며 고통을 호소하는데 감독과 스탭들은 "좋은 그림이 나왔다"고 박수를 쳤다는 게 제작사의 당시 분위기 전달이다. 감독은 이날 일과 뒤에 조한선에 따로 술까지 사주며 사과의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조한선은 전작 '연리지'에서 최지우를 상대로 최루성 멜로 연기를 했다. 느물거리는 바람둥이로 이 여자 저 여자 집적거리다 어느 순간 일편단심 비련의 주인공으로 건너뛰었다. 꽃미남에 패션모델같은 그의 평소 매력을 잘 살렸지만 연기자로서는 2%부족했다. '열혈남아'에서 그는 스포츠 머리에 구릿빛으로 그을린 얼굴, 건장한 체격의 3류 건달을 훌륭히 소화했다. 듣기만 달콤하고 귀 간지러운 칭찬보다는 쓴 소리와 사랑의 매로 신인 연기자를 단련시킨 감독과 선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mcgwire@osen.co.kr 싸이더스FNH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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