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렬(43) 삼성 감독과 트레이 힐만(43) 니혼햄 감독의 '번트 설전'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두 감독은 지난 8일 도쿄돔 적응훈련을 마치고 나란히 공식 인터뷰을 가진 자리서 번트를 놓고 엉뚱한 신경전을 벌였다. 유난히 번트를 애용하는 힐만 감독의 번트 야구에 대해 일본 기자들이 질문을 했고 두 감독은 각각 다른 견해를 드러냈다. 일본 기자들은 이를 놓치지 않고 설전으로 포장했다. 앞서 인터뷰를 가졌던 선 감독은 힐만 감독의 번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기기 위해서 번트를 하겠지만 야구는 번트를 많이 한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고 답변을 했다. 이어 인터뷰를 가진 힐만 감독은 선 감독의 번트론을 전해듣자 "어떻게 하든 이기면 된다. 우리 야구는 어떤 형태의 야구에 대해서도 힘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는 9일 양 감독의 번트 발언을 소개하면서 '선동렬 감독, 번트야구에 일침'이라는 제목으로 다뤘다. 다분히 신경전으로 치부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힐만 감독은 번트애호가다. 올해 니혼햄은 136경기에서 모두 132개의 희생번트를 댔다. 퍼시픽리그의 타팀을 압도하는 숫자다. 미국 출신 감독이 이 정도면 거의 '번트 귀신'이나 다름없다. 쉽게 말하면 니혼햄은 올해 한국의 현대같은 팀이다. 김재박 감독이 이끌었던 현대는 올해 153개의 희생번트를 기록, 한 시즌 최다희생번트 기록을 세웠다. 삼성으로선 현대와 비슷한 팀과 경기를 갖는 셈이다. 사실 선 감독도 자신의 말대로 무턱대고 번트를 대지는 않지만 '지키는 야구'를 위해 번트를 애용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힐만 감독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올해 팀 희생번트는 90개로 8개팀 가운데 6위를 기록했다. 번트 성공을 기준으로 한 만큼 번트 실패수까지 집계되지 않지만 생각보다 적다. 이 정도면 힐만 감독에게 "번트가 필요할 때가 있다"는 말을 할 법도 하다. 무턱대고(?) 번트를 대게 하는 힐만감독, 필요할 때 번트를 시킨다는 선 감독. 두 감독이 실전에서 차별화된 '번트대결'을 보여주게 될지 주목된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