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드라마의 계절이 왔다. 사극과 밝고 명랑한 분위기 위주의 드라마가 성공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KBS 2TV에서 성유리, 현빈을 앞세워 11월 13일부터 ‘눈의 여왕’을 방송하고 15일 MBC에서는 최루성 멜로드라마 ‘90일, 사랑할 시간’이 방송된다. ‘90일, 사랑할 시간’은 방송에 앞서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이례적으로 시사회를 열고 기자들에게 먼저 1회 편집 분량을 선보였다. 주인공은 멜로드라마와 잘 어울리는 김하늘과 강지환. 이 드라마는 사촌이라는 관계 때문에 사랑을 이룰 수 없었던 두 남녀가 남자의 시한부 선고를 계기로 다시 만나 가슴 아픈 사랑을 엮어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손수건이 필요한 슬픈 멜로드라마다보니 진부한 소재는 빠질 수 없는 단골손님. 먼저 흔하디흔한 시한부 인생이 눈에 띈다. 주위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일이 드라마상에서는 어찌나 빈번하게 일어나는지 ‘90일, 사랑할 시간’에서도 제목 그대로 90일밖에 살지 못하는 남자 현지석(강지환 분)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번 드라마의 연출자이자 ‘피아노’, ‘사랑한다 말해줘’ 등 눈물을 쏙 빼게 만드는 작품을 맡은 바 있는 오종록 PD는 상투적인 소재라는 지적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는 관객들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 적당히 관습적인 것과 독창적인 것을 섞어야하는데 이는 작가가 어떠한 글맛으로 표현해주느냐가 중요하다”며 “화면의 여백을 많이 비우는 식으로 표현을 해 나갈 예정이다. 판단은 시청자들의 몫인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90일, 사랑할 시간’은 단순히 오랜 시간 떨어져있던 두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는 평범한 이야기가 아니다. 둘의 관계는 사촌. 게다가 이들은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한 유부남과 유부녀이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사랑을 그릴 예정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과거 KBS ‘가을동화’가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함께 남매라고 여기며 살아왔던 두 남녀의 사랑을 다뤘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던 만큼 이번 드라마 역시 금기된 사랑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에게 그들의 사랑이 충분히 납득될만한 뚜렷한 정황이 제시돼야한다. 또한 청순함의 대명사인 김하늘이라는 배우의 캐스팅은 이 드라마를 살릴 수 있는 가장 큰 보약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햇빛 속으로’, ‘피아노’와 같은 전작들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연기를 선보일 경우 그렇고 그런 드라마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유부녀 역을 맡은 김하늘의 연기색깔 변신에 관심이 모아진다. 오종록 PD는 김하늘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 김하늘과 드라마를 하면서 결과가 다 좋아 이번에도 좋지 않을까 싶다”며 “김하늘 씨가 유부녀 연기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8년간 알아오면서 생각이 놀랄 정도로 바뀌었더라”고 칭찬했다. 김하늘도 “그 동안 성숙한 멜로연기에 목말라있었다”며 “금기시되는 사랑보다는 사랑했던 첫 사랑이 3개월만 있으면 사라진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대본을 보니 많이 슬펐다. 그러한 감정을 보여드리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연기방향을 설명했다. 멜로드라마라는 특성상 소재나 이야기의 큰 틀은 다소 상투적일 수 있다. 핵심은 그 안에서 얼마나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만한 요소를 배치하느냐이다. '90일, 사랑할 시간'이 멜로드라마가 지닐 수 있는 한계를 딛고 가슴을 뜨겁게 적실 작품으로 안방극장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hellow0827@osen.co.kr 왼쪽부터 김하늘, 정혜영, 강지환, 오종록 P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