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해설' 이승엽, ‘차두리 못지않게 잘했다’
OSEN 기자
발행 2006.11.09 20: 57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높은 관심을 모았던 ‘국민타자’ 이승엽(30.요미우리 자이언츠)의 ‘1일 특별해설’은 대성공을 거뒀다.
이승엽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개막된 제2회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한국대표 삼성과 일본대표 니혼 햄과의 첫 대결을 생중계한 KBS 2TV에 특별 해설자로 등장, 한국야구팬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했다. 경기 시작 2시간여 전부터 야구장에 나와 친정팀 삼성 선수단과 인사를 나누는 등 해설 준비에 들어간 이승엽은 ‘생애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았다’고 밝혔지만 시종 여유있는 해설을 펼쳐 팬들에게 또 다른 면을 보여줬다.
이승엽은 먼저 “한 해 동안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 처음하는 해설이지만 열심히 해서 재미있게 하겠다”고 첫 해설의 소감을 밝힌 뒤 경기 내내 차분하게 해설을 했다. 이승엽은 지난 3년간 일본프로야구를 경험하면서 쌓은 일본야구에 대한 지식과 이날 경기에 나선 니혼 햄의 전력과 선수들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전달했다.
이승엽은 한국계인 톱타자 모리모토와의 만남에서 “아버지가 불고기집을 하고 있다”는 인사말을 나눈 이야기, 선발투수 야기에 대해서는 “올해 대결에서 운 좋게 홈런 한 개를 쳤다. 볼은 빠르지 않지만 변화구 컨트롤이 뛰어난 투수”라고 설명하는 등 평소 알고 있던 니혼 햄 선수들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또 한국야구와 일본야구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설명을 가미했다. 일본야구에 대해서는 “타자들은 밀어치는 능력이 뛰어나다. 투수들은 몸쪽 높은 공과 낮은 변화구를 잘 구사해 조심해야 한다. 볼은 빠르지 않아도 볼끝이 좋아 삼성 타자들이 한템포 빠른 타격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볼배합도 한국과는 다르게 한다”며 현장감 넘친 해설을 보여줬다.
임기응변도 지난 6월 축구 독일월드컵 때 특별해설로 나서 인기를 끌었던 축구스타 차두리 못지 않게 발휘했다. ‘체중이 한국에서 뛸 때보다 늘어난 것 같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한 덕분이냐’는 질문에 “웨이트도 있지만 나이 살이 붙었다”고 재치있게 답해 함께 방송을 한 이용철 해설위원, 김현태 캐스터를 한바탕 웃게 만들었다. 이승엽은 대회가 열리기 전 삼성 시절 함께 했던 이용철 해설위원에게 ‘나도 차두리처럼 한 번 해설을 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해 전격적으로 ‘특별 해설자’로 데뷔를 하게 됐다.
또 지난 3월 도쿄돔에서 열렸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전 때 투런 홈런을 친 뒤 홈런 세리머니에 대해서도 “일본팬들이 지켜보고 1년내내 뛸 곳에서 너무 좋아할 수는 없었다”고 비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외에도 가장 절친한 팀동료인 아베와의 일화,‘농군패션’으로 WBC서 홈런을 친 후 시즌 때도 자주 농군패선으로 경기에 출장했고 롯데 시절 첫 2군행의 수모를 안겨준 니혼햄에 복수하기 위해 '이빨을 갈았다'는 등도 덧붙이며 경기 내내 쉬지 않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일본 방송에서도 이승엽의 해설장면을 간간이 보여주는 등 깊은 관심을 표명한 가운데 이승엽은 차분하게, 심도높은 해설을 과시했다. 해설자 데뷔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만만치 않은 입담으로 현장감 넘치고 깊이있는 해설을 과시했다. 한마디로 ‘만점해설’이었다.
이승엽은 해설을 마치면서 "10~20경기를 한 것과 같은 좋은 경험이었다. 부족한 점이 있었던 점 시청자 여러분의 양해를 바란다. 즐거운 경험이었다"며 '경기장 밖에서 야구를 보고 느낀 점'을 진솔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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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의 일일 해설을 맡은 이승엽이 이용철 해설위원(왼쪽), 김현태 아나운서와 중계석에 앉아 있다./도쿄=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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