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잘 던졌다. 삼성 선발 우완 임동규와 좌완 권혁은 이날 팀은 완패했지만 인상적인 피칭을 했다. 임동규는 9일 코니마컵 아시아시리즈 니혼햄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다. 권혁은 2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자기 몫을 했다. 일본 챔프의 강타선을 상대로 펼친 수준급 피칭이었고 만일 삼성이 이겼다면 단연 수훈갑들이 될 뻔했다. 선동렬 감독은 임동규를 니혼햄 선발투수로 예고하면서 예선리그의 초점은 니혼햄이 아니라 대만 라뉴라고 못박았다. 설령 임동규가 막지 못하고 니혼햄에게 지더라고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의미였다. 결승전에서 다시 니혼햄을 꺾으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임동규는 5회까지 1-1 팽팽한 승부를 연출, 하마트면 사고(?)를 칠 뻔했다. 경기 전 임동규는 "모든 공을 던질 수 있다. 죽을 힘을 다해 던지겠다"던 말을 그대로 실천했다.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팔색 변화구에 니혼햄 타자들의 방망이가 춤을 추었다. 4회초 니혼햄 4번타자 이나바에게 선제 솔로홈런을 얻어맞았지만 3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6회초 선두타자 모리모토에게 2루타를 맞고 마운드를 강영식에게 넘겼다. 권혁도 7회부터 등판해 니혼햄 타자들과 힘을 겨뤄 밀리지 않는 피칭을 했다. 1-5로 뒤진 7회부터 등판, 오가사와라에게 좌익선상에 떨어져 굴절되는 빗맞은 2루타를 맞았지만 나머지 타자들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140km 중반의 묵직하고 빠른 볼에 니혼햄 타자들의 방망이가 밀렸다. 7타자를 맞아 삼진 2개 포함 1안타 무실점. 니혼햄과 결승전을 벌인다면 불펜에서 다시 한 번 활약이 기대되는 피칭이었다. 니혼햄 4번타자 이나바는 경기후 인터뷰에서 "47번(권혁)은 좋은 직구를 던졌다. 빠르면서도 힘이 있었다. 또 선발투수(임동규)는 빠른 볼은 아니지만 변화구를 잘 섞어 던졌고 좋은 피칭을 해주었다"고 높은 평가를 해주었다. 이들 두 선수는 당장 내년에 삼성 마운드의 중요한 역할을 맡을 주춧돌이다. 비록 팀은 니혼햄에 완패했지만 삼성으로선 이들의 호투가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이날의 귀중한 경험이 성장의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