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떠날 것처럼 썼을 뿐이다". 지난 9일 삼성과의 코나미컵 첫 경기를 앞두고 일본 매스컴과 약식 인터뷰에 응한 트레이 힐만 니혼햄 감독은 어딘지 모가 나 있었다. 5분이 될까말까한 방송-신문 기자들의 합동 인터뷰 몇 차례에만 응하고는 다시 덕아웃에 줄을 쳐 기자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일부러 한국 기자들을 위해 줄 밖으로 나와 경기 전 담소를 나누던 선동렬 삼성 감독과 극명하게 대조됐다. 선 감독은 경기 시작 약 1시간 30분 전에는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팀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 경기 전 인터뷰까지 해줬다. 그러나 힐만은 접촉 기피는 물론이거니와 답변 내용도 무성의하기 짝이 없었다. 향후 선발 로테이션을 묻는 질문에 "누가 나가면 좋을지 (기자) 여러분이 대답해 봐라'고 천연덕스럽게 대답하는 데는 무례함마저 느껴졌다. 이밖에 "일본 대표라는 생각으로 임하겠다", "선발 야기는 투수코치가 조언해 줘 나는 모른다", "삼성은 모르는 팀이다. 경기를 해봐야 파악될 것 같다"는 판에 박힌 답변 투성이였다. 그러나 이런 힐만도 자신의 거취에 관한 질문에는 날을 세웠다. '취임이 유력했던 텍사스에 이어 샌디에이고마저 물을 먹었다'는 요지의 말을 듣자 "감독 채용은 내가 아니라 그쪽(메이저리그 구단)에서 하는 것이다. 나는 오픈-마인드를 줄곧 가져왔다. 그러나 보도가 (자의적으로) 미국 가는 것처럼 결정했을 뿐"이라고 강변했다. 즉 자기는 니혼햄 잔류와 빅리그 구단행을 줄곧 염두에 뒀는데 일본 기자들이 앞질러 미국행이라고 쓰는 바람에 진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었다. 힐만은 "기자들이 떠날 것처럼 썼을 뿐이다. 나는 니혼햄 감독직에 불만 없다. 이곳에 머물고 싶다"라고 언급, 게도 구럭도 놓칠 상황을 모면하려는 의도를 흘렸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