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햄 팬들의 이색적인 '오가사와라 구애'
OSEN 기자
발행 2006.11.10 09: 29

오가사와라는 난처했지만 행복했다. 지난 9일 삼성과 니혼햄전에 열린 도쿄돔. 경기 도중 니혼햄의 한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면 외야석에 난처한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생애 파이터스'라는 제목의 플래카드는 니혼햄의 간판타자로 활약해온 오가사와라 미치히로(33)를 겨냥했다. 대회 직전 FA를 선언, 친정팀을 떠나 이적을 앞두고 있는 오가사와라에 대해 팬들의 시위이자 구애 작전이 벌어진 것이다. 구애 작전은 플래카드뿐만 아니었다. 수천 명의 니혼햄 서포터들이 일제히 일어나 함성을 질렀다. "이봐, 오가사와라! 부탁하니 파이터스에 남아줘!". 오가사와라는 이날 이 함성을 5번이나 들어야 했다. 자신도 플래카드와 함성에 난처했는지 수비수로 나설 때 정중하게 외야 관중석 쪽에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오가사와라는 팬들의 성화 덕택인지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삼성의 투수들을 상대로 2루타 3방을 터트렸고 9회초에는 쐐기 2타점까지 거둬들였다. 타격은 물론 수비나 주루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팬과 자신이 몸담았던 팀의 승리를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오가사와라는 요미우리 이승엽과 한솥밥을 먹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언론들도 주니치가 영입전에 뛰어들었지만 도쿄 인근 지바에 가족이 있는 만큼 오가사와라가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입단조건도 다년 계약에 연간 5억 엔에 이르는 특급대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과 경기를 가진 이날은 공교롭게도 타구단과 자유롭게 교섭할 수 있는 FA 해금일이었다. "남아 달라"는 서포터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었고 오가사와라의 심정은 더욱 복잡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프로야구 인기 만회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한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이 부러운 환경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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