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주말 극장가에서 어떤 영화를 볼까. 11월 둘째주 관객들의 선택은 어느 한 곳으로 쏠림이 없다. 한국영화와 외화가 팽팽한 힘 겨루기를 하는 와중에 그 안에서도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봉준호의 '괴물'에서 최동훈의 '타짜'까지, 16주 연속 국내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던 한국영화의 열기는 늦가을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지면서 함께 식었다. 10월 마지막주 1위에 오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느다'가 모처럼 할리우드 진영의 반격을 선도하며 맹공을 펼친 것. 메릴 스트립과 앤 헤서웨이 주연의 이 영화는 2주 연속 흥행 1위를 달린데 이어 개봉 3주째에도 여전히 강세다.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만들어 그 스토리 전개가 경쾌하고 신선하다. 메릴 스트립이라는 걸출한 여배우의 카리스마 열연도 돋보이지만 무엇보다 프라다, 샤넬, 루이 비통, 지미 추 등 온갖 화려한 명품들로 수놓아진 스크린 속 볼거리에 여성 관객들의 발길리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맞설 한국영화는 새로 두편이 문을 열었다. 설경구 조한선의 감동 액션 '열혈남아'와 문근영 김주혁의 멜로 '사랑따윈 필요없어'다. 일단 주요 예매사이트 예매율에서는 '사랑따윈 필요없어'가 다소 앞서는 상황이다. 그러나 개봉 3주째 '악마는...'과 큰 차가 없는데다 '열혈남아' '프레스티지' 등도 바짝 뒤를 추격하고 있다. 여기에 추석 대목 직전에 개봉한 '타짜'까지 여전히 예매순위 5위권을 맴돌며 뒷심을 발휘하는 중이고 일본 인기만화를 원작으로 한 '데스 노트'는 청소년층에서 강세다. 어찌보면, 11월 비수기를 맞이해 극장가를 제압할만한 절대 강자가 없다는 얘기다. '악마는..'도 30%에 훨씬 못미치는 스크린 점유율로 불안한 1위 자리에 올랐었다. 그래도 극장 나들이에 나선 관객들은 모처럼 다양한 장르의 여러 영화를 고를 수 있는 재미가 생겼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생길 정도로 한 두개 영화 위주로 상영되던 현상이 말끔히 가셨기 때문이다. 명동CQN 등 인디영화관을 찾으면 양영희 감독의 '디어 평양'처럼 뛰어난 수작도 숨어있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