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예견된 패배일 수도 있었다. '한국 챔프' 삼성이 '대만 챔프' 라뉴에게 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아시아시리즈가 열리기 전부터 조심스럽게 제기되어 왔다. 국제경기의 절대 필요조건인 정보가 부족했고 타선의 허약함, 라뉴가 상대적으로 철저히 준비했던 점 등 삼성은 여러 가지 불리한 여건 속에서 도쿄로 건너왔다. 선동렬 삼성 감독은 이번 아시아시리즈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시간 부족이었다고 토로했다. 이 시간 부족에는 상대를 살펴볼 겨를도 없었고 선수들이 휴식을 취할 수도 없었다는 의미였다. 삼성은 대만 라뉴, 니혼햄 파이터스 등 3개팀 가운데 가장 늦은 10월 29일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우승을 결정지었다. 그러나 대만 라뉴는 상대를 4연승으로 일축하고 정보분석팀을 한국시리즈 현장으로 보냈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일정이 늦어지는 통에 전력분석팀을 파견할 수 없었다. 선동렬 감독이 상대를 직접 분석할 자료가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했던 것이다. 겨우 일본에 건너와 비디오테이프를 입수했지만 체계적이고 정확한 대책을 만들기에는 너무 늦었다. 또 하나 결정적인 약점은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이 나 있었다. 한국시리즈에서 한화와 3번에 걸친 연장전을 펼치는 격전을 치렀다. 게다가 박진만 오승환 등은 2월 중순 WBC 대회부터 대표선수로 뛰었다. 삼성 선수들은 간단한 우승행사 후 11월 2일부터 코나미 대비 훈련을 소집했지만 체력은 심각할 정도로 저하되어 있었다. 결국 일본 니혼햄전에서 무기력한 플레이, 중국전에서도 초반 부진했던 것도 체력적인 문제로 볼 수 있다. 선 감독은 라뉴와의 경기 전에 "피곤한 선수들에게 잘 하라고 채근했다. 내가 못된 감독이 된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게다가 이런 가운데 방망이마저 허약한 점은 치명적이었다. 아울러 삼성의 패배는 대표팀이 아닌 클럽팀이라면 대만을 상대로 절대 우위를 지킬 수 없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니혼햄도 지난 10일 대만에 0-1로 끌려가다 8회 들어 겨우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단기전인 데다 외국인선수까지 포함된 전력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점을 대만 라뉴는 여실히 보여주었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