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진(30, 수원)과 정성룡(21, 포항). K리그를 잘 보지 않는 축구팬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겠지만 K리그 팬들에게 이들은 유명인사다. 바로 이들은 플레이오프 결전을 펼치는 수원과 포항의 주전 수문장이다. 하지만 단순히 양 팀의 주전 수문장이기 때문에 유명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이운재'와 '김병지'이라는 한국 최고의 수문장들에게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2006년 시즌 기나긴 후보의 멍에를 벗어버리고 주전으로 도약한 이들은 단판으로 벌어지는 플레이오프를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하려 한다. ▲ 이운재의 공백을 기회로 삼은 박호진 박호진에게 이운재는 큰 산이었다. 99년 수원에 입단한 박호진은 이운재와 김대환 등에게 밀리며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는 이운재가 대표팀에 차출될 때 백업 골키퍼 자리를 놓고 김대환과 경쟁을 펼쳤다. 2003년 군복무로 위해 광주로 둥지를 옮긴 박호진은 2004년 17경기를 뛰며 경험을 쌓았다. 전역 후 수원에 복귀한 그는 2005년 4경기 출전에 그치며 다시 벤치를 달구었다. 이같은 모습을 지켜본 전북의 최강희 감독은 그를 뛰게 하기 위해 시즌 전 영입 의사를 밝히기도 할 정도. 절치부심하던 박호진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월드컵 이후 이운재가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것. 이운재의 백업으로 하우젠컵 10경기에 출장한 박호진은 8골만을 내주며 차범근 감독의 신임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박호진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안정되 경기 운영을 보여주었고 특히 FA컵 8강전인 서울과의 경기 승부차기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에 차범근 감독도 "박호진의 좋은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다" 며 신뢰를 보였다. 이후 수원은 박호진의 선방 덕분에 후기리그 13경기에서 9실점만을 하는 짠물 수비를 보여주었다. ▲ 김병지 이적 이후 치열한 주전 경쟁을 이겨낸 정성룡 올 시즌이 시작되기 포항의 주전 골키퍼였던 김병지가 이적했다. 이에 포항은 새로운 골키퍼를 영입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그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포항의 코칭스태프는 결국 김병지의 후계자를 기존 멤버 중에서 찾게 되었고 정성룡과 신화용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처음 기회를 잡은 것은 신화용이었다. 개막전에 선발 출전한 신화용은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앞서나갔다. 이후 9경기에 출장하며 앞서 나갔으나 대전전서 부상을 당한 이후 정성룡에게 기회가 왔다. 정성룡은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팀의 주전 자리를 꽤찼다. 청소년대표로 활약하면서도 3년간 프로 경기에는 나서지 못하며 광주 상무 입대까지 고려했던 그로서는 꿈에도 그리던 주전자리였다. 그는 경험 부족으로 인해 간간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25경기에서 26실점을 기록하며 안정된 모습을 보였고 베어벡호에도 승선하는 기쁨을 누렸다. 올림픽대표팀에서 선발되는 등 앞으로의 밝은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 이제는 챔피언결정전이다 오랜 무명의 설움을 털어내고 플레이오프 무대에 선 두 골키퍼. 이 둘은 각각 서로를 넘어서 챔피언결정전으로 향할 것이라는 강한 각오를 드러내고 있다. 2년 전 양 팀을 대표하던 이운재와 김병지와의 팽팽한 대결을 다시 한 번 재현하겠다는 것. 정성룡은 경기를 앞두고 "컨디션은 좋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 팀을 꼭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겠다" 며 말했다. 박호진 역시 지난 FA컵 준결승전에서 선방을 보여주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음을 몸소 보여주었다. bbadagun@osen.co.kr 박호진-정성룡=수원-포항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