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코나미컵 결승행이 걸린 대만 라뉴전을 앞두고 마련된 한국기자들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선동렬 삼성 감독은 '왜 대회 기간 내내 탐탁지 않아 했는지'에 대해 분명히 언급했다. 선 감독의 얘기를 듣고 나서야 '선 감독의 진짜 불만은 타선이 아니라 코나미컵 참가 자체'였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선 감독의 이날 발언을 그대로 소개하면 이렇다. "코나미컵 참가국 중 우리가 제일 늦게 끝났으니 선수들이 피곤하다. 선수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다. (매스컴이) 친선 경기가 아니라 국가 대항전으로 몰고 가니 스트레스가 크다. 축제적 분위기가 아니라 죽기 살기로 해야 하니까. 피곤도 풀리지 않은 선수들인데 모순이 있다고 본다. (대만 라뉴전은) 이겨도 본전, 지면 (망신) 그렇지 않은가? 나 같은 경우는 한국시리즈 6차전 때보다 더 스트레스다. 내년에도 올지 안올지 모르지만 경기 자체가 반갑지만은 않다. 올해는 준비 기간도 짧아 상대 분석이 안 돼 아주 문제가 많다. (한국의) 어떤 팀이 와도 큰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체면 유지가 되면 좋겠지만 혹시라도 지면 한국시리즈 2연패한 잔치집이 초상집이 될까 걱정이다. 내가 선수들에게 못 된 감독이 되는 것 같다. (선수들 다그쳐야 하는) 감독 심정이 오죽하겠나. 이 대회만 아니었다면 한국에서 놀고 있을 것 아닌가?". 선 감독의 '코나미컵 무용론' 발언은 현장 지도자로서의 시각이 짙다. '금쪽같은' 선수들이 한국시리즈 이후 쉬지도 못하고 강행군을 펼쳐야 하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 아울러 져 본 적도 없고, 지기 싫어하는 선동렬 감독으로서는 자체 준비도 제대로 못하고, 상대 전력분석도 안 된 상태에서 '국가 대항전'을 치러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었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챔피언 클럽의 코나미컵 참가는 이미 정해진 스케줄이었다. 아울러 삼성 야구단은 코나미컵 참가로 일본과 대만 언론을 통해 적잖은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세계 초일류 그룹인 삼성이라도 야구가 아니면 이만큼 단기간에 일본과 대만 유력 신문과 방송을 매개로 자연스러운 브랜드 홍보를 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코나미컵 같은 국제대회는 삼성 구단이 오히려 반겨야 할 쪽이다. 따지고 보면 해외 원정경기의 홍보 효과야말로 국내의 그것(사실 한국에서 삼성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을 능가한다. 야구단의 존재 가치는 승리에도 있겠지만 엄청난 적자 출혈을 감수하고 있는 모그룹의 위상 강화와 국내외 브랜드 홍보에 있음을 고려할 때 선 감독의 '코나미컵 무용론' 발언은 현장 지도자로서가 아닌 삼성맨의 일원으로서는 부적절했다는 인상이다. 결과적으로 대만에 지고 나니 '면피용 발언'이라고 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