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취임' 김시진, '11년 의리 덕'
OSEN 기자
발행 2006.11.12 10: 15

최고 투수코치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김시진(48) 현대 감독이 13일 오후 2시 수원야구장에서 취임식을 갖는다. 김 감독이 현대 사령탑에 오른 것은 '11년 의리'를 지킨 덕분이었다. 김 감독은 현대 투수코치로 활동하면서 타 구단으로 부터 끊임없는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신인왕을 계속해서 배출하며 현대를 ‘투수왕국’으로 이끈 지도력을 높이 사 타 구단에서 유혹의 손길을 뻗쳤던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는 ‘백지계약서’까지 동원하며 최고 대우로 모셔가려는 구단도 있었다. 지방의 한 구단 고위 관계자가 인천의 김 감독 집까지 찾아와 코치 최고 대우에 차기 감독직까지 보장하며 스카우트에 적극 나섰다. 이 관계자는 김 코치에게 ‘계약금과 연봉, 계약기간을 마음대로 쓰라며 백지’까지 내밀 정도였다. ‘계약기간 5년에 코치 최고연봉인 1억 5000만 원’을 제시했는데도 김 감독이 꿈쩍도 하지 않자 아예 백지를 내놓으며 받고 싶은 만큼의 금액을 쓰라며 밀어붙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나를 높게 평가해준 것은 감사하다. 그러나 내게는 현대를 떠나지 못할 사정이 있다”며 정중하게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했다. 당시 코치로서는 파격적인 연봉 2억 원도 충분히 받을 수 있었을 것이란 게 김 감독의 회고다. 김 감독이 이 같은 제의를 뿌리치고 현대에 남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11년 전의 아픈 기억과 의리 때문이었다. 1995년 11월. 김 감독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시련의 시기였다. 김 감독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금새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상념에 젖는다. 그 때는 한국야구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특급 투수에서 은퇴해 태평양 돌핀스 투수코치로서 3년 경력을 쌓으며 지도자로서 막 인정을 받으려 할 때였다. 이처럼 고교시절(대구상고)부터 ‘엘리트 코스’만을 밟으며 잘나가던 김 감독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시련의 계절’이 찾아왔다. 1995년 9월 태평양 돌핀스가 전격적으로 현대 유니콘스로 넘어가면서 한바탕 심한 변화를 겪었다. 팀의 주인이 바뀌면서 사령탑이 정동진 감독에서 김재박 신임 감독으로 교체됐고 감독으로 데뷔하게 된 김재박 감독은 코칭스태프를 대거 바꿨다. 그 와중에 김시진 감독도 투수코치에서 밀려나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 실업자가 되면서 충격에 빠진 김 감독은 심한 스트레스로 졸도까지 하는 등 인생 최대의 고비를 겪었다. 이때 구원의 손길이 나타났다. 당시 현대 유니콘스 단장으로 부임한 김용휘 현대 사장은 ‘나중에 꼭 다시 부르겠다’며 같은 계열의 실업팀 현대 피닉스의 투수코치직을 제의했고 김 감독은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받아들였다. 김 감독은 피닉스에서 문동환(34.한화)을 비롯한 아마추어 투수들과 함께 하며 ‘눈높이 지도’에 눈을 뜨게 됐고 2년 후 프로팀 현대 유니콘스 투수코치로 복귀했다. 김 감독의 능력을 높이 산 김용휘 사장이 약속을 지키며 프로팀으로 복귀시킨 것이다. 2년간의 아마코치 생활을 하며 심적으로, 코치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한 김 감독은 이후 현대를 ‘투수왕국’으로 이끌며 한국시리즈 4회 우승에 공헌했다. 김 감독은 그때를 기억하며 “내게 현대 구단은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다른 구단에 있을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며 현대 구단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이런 사정 때문에 김 감독은 그동안 타 구단의 끊임없는 스카우트 제의를 뿌리쳤던 것이다. 그리고 현대 구단도 김 감독을 김재박 감독이 떠난 빈 자리를 채우는 제2대 사령탑으로 선임, 김 감독의 남다른 의리에 보답했다. 11년 전 힘들 때 도와준 구단에 의리를 지키며 남은 김 감독은 선장으로서 현대의 전통을 이어나가려고 한다. sun@osen.co.kr 선수단과 상견례를 갖는 김시진 감독=현대 유니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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