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등해진' 대만 야구, '인정할 건 인정하자'
OSEN 기자
발행 2006.11.12 17: 35

한국 야구인들과 팬들 사이에는 아직도 ‘대만 야구는 한 수 아래’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그래도 대만보다 나은 성적을 냈고 프로야구도 한국보다 8년 늦은 1990년 시작했다는 점을 들어 대만 야구를 은근히 한 수 아래로 여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만 프로야구 초창기인 1990년대 초반 한국 프로야구 MBC 청룡 선수 출신이 김용운 씨가 감독으로 활약하는 등 한국 야구인이 지도자로 활동했다. 또 한국 프로 스타 출신인 한희민(기아 코치)이 은퇴 후 1994년 준궈 베어스에서 선수로 뛰기도 하는 등 한국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했다. 여기에 초창기에 터졌던 승부조작 사건 등으로 큰 물의를 빚은 바 있어 대만야구는 발전 속도가 느린 것으로 여겨졌다. 1998년 양국 프로리그가 협정을 맺은 후에는 한국 선수 진출이 없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한국 일본 대만 등의 프로리그 챔피언간 대결인 코나미컵을 치르면서 대만 프로야구 수준이 예상 외로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됐다. 지난해 한국 챔프로 참가한 삼성은 대만시리즈 우승팀인 싱농 불스를 잡기 위해 에이스 배영수를 비롯해 필승 계투조인 권오준-안지만-오승환을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친 끝에 4-3으로 간신히 승리했다. 그때도 한국에 비해 마운드가 약하지만 타격 만큼은 아시아 정상급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그리고 올해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하고 2회 연속 출전한 삼성은 새로운 상대인 라뉴 베어스에 역전패를 당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이기면 본전, 지면 망신’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지만 실상은 이미 지난 해부터 대만리그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터였다. 이번 삼성의 패배에 대해 ‘한국이 아시아 2인자 자리도 내줬다’, ‘대만 야구가 강해졌다’는 평가들이 쏟아지고 있다. 나아가 오는 11월말부터 12월초까지 열리는 ‘2006 도하 아시안게임 3연패’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대만 야구는 예전에도 강했고 한국 야구와 대등하게 맞선 강호였다. 특히 국가대표팀간 맞대결에서는 매번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은 프로 올스타급으로 구성된 ‘드림팀’을 내세우고도 결승에서 대만을 4-3으로 간신히 꺾고 금메달을 따냈고 이듬해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아시아 지역예선(일본 삿포로)에서는 드림팀이 출전했지만 대만에 4-5로 역전패를 당해 올림픽 출전 티켓을 놓친 아픈 기억이 있다. 또 올해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라운드서도 메이저리거를 포함한 드림팀이 대만에 접전 끝에 2-0으로 승리하고 본선에 진출, 4강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하는 등 근년 들어 대만과의 대결에서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를 펼치고 있다. 이미 대표팀간 대결에서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WBC 때도 한국팀 에이스였던 서재응이나 마무리로 나섰던 박찬호 등 빅리거들은 “대만 타자들이 98년 방콕아시안게임(16-5 한국 콜드게임승) 때보다 훨씬 좋아졌다. 변화구 대처 능력이 향상됐다”며 대만 야구를 어느 정도 인정할 정도였다. 야구 역사가 50년을 넘는 대만은 프로리그 창설은 한국보다 늦었고 초창기 ‘야구도박사건’ 등으로 파행을 빚는 바람에 ‘한 수 아래’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급성장,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왔음이 이번 코나미컵에서 재확인된 것이다. 대만은 한때 리틀 야구 세계최강으로 명성을 날리는 등 저변과 실력, 그리고 인기가 대단하다. 일찍부터 일본프로야구에 스타들을 꾸준히 수출했고 근년에는 미국 메이저리그도 열심히 노크하고 있다. 현재 대만 프로야구리그(CPBL)는 라뉴 베어스, 슝디 엘리펀츠, 싱농 불스, 통이 라이언스, 성타이 코브라스, 중신 웨일스 등 모두 6개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야구를 경험한 외국인 선수들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국과 비교해 크게 뒤질 것이 없는 국내 인기와 해외파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야구 인기 저변과 실력이 탄탄한 대만 프로팀에 한국챔피언 삼성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진 것이다. 야구란 그날 선수들 컨디션에 따라 이변이 일어날 수 있는 스포츠이고 실력이 비슷할 때에는 승부를 점치기가 힘들다. 국내 팬들과 언론에서는 대만전 패배를 충격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이다. 다음에 만나면 다시 제압해 설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국내리그가 더욱 활성화돼야 하고 선수들 기량이 향상돼야 한다. 그래야 한국 야구가 대만 야구를 앞서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더욱 탄탄해지는 것이다. sun@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