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시사회에 초대받으면 고민을 하게 된다. 가고 싶지만 스케줄이 있을 때도 있고, 안가자니 왠지 마음에 걸린다. 때론 VIP 시사회 때문에 영화 촬영일정이 취소되기도 한다”. 영화 VIP 시사회에 참석한 한 연예 관계자의 말이다.
영화 VIP 시사회가 계륵이 돼 가고 있다. 후한서에 나오는 ‘계륵’은 닭의 갈비뼈는 먹을 것은 없으나 그래도 버리기는 아깝다는 뜻으로 이렇다 할 이익은 없지만 버리는 아까움을 나타내는 말이다. VIP 시사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지만 뒷 일을 생각하니 빠질수도 없는 노릇이 된 셈이다.
원래 영화 VIP 시사회는 영화제작에 도움을 줬던 사람들에게 먼저 영화를 보여주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감독과 출연배우들, 제작진이 평소 친분이 있거나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영화를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VIP 시사회의 출발점이다. 여느 시상식에 뒤지지 않을 만큼 많은 연예계 스타들이 참석하는 VIP 시사회는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스타들이 나타나기도 하고 감독, 배우들과 각별한 인연을 가진 스타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낸다. 그리고 영화에 출연한 같은 소속사 배우를 응원하기 위해 소속 연예인이 전원참석하는 경우도 가끔 일어난다.
하지만 VIP 시사회가 영화홍보를 하는 중요수단이 되면서 본래의 의미가 퇴색해간다는 지적이다. 행여 톱스타가 참석해 영화에 대한 한마디 평가를 남기면 그 문구는 여지없이 홍보문구로 탈바꿈된다. 그러다보니 가끔 VIP 시사회의 주인공이 감독과 출연배우가 아니라 참석자에게 맞춰지는 주객전도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VIP 시사회가 영화 홍보의 중요한 수단이 되면서 참석하는 스타들도 고민이 된다. 초대를 받았으니 가야 하지만 평범한 복장의 모습을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도 하고, 이미 정해진 스케줄을 취소해야만 하는 상황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영화를 촬영중이거나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처지라면 고민의 폭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게 있다’는 속담 덕분에 이들에게 VIP 시사회는 안 가서는 안되는 중요한 행사인 셈이다.
이로 인해 파장도 더러 생긴다. 주연배우가 이 시사회에 참석할 경우 영화 촬영이 중단되기도 한다. 몇몇 배우들이 빠진 상태에서 촬영을 진행할 수가 없어 그날 하루는 임시 휴업하게 된다. 하루야 상관없다지만 비슷한 시기에 영화들이 대거 개봉할 경우 임시 휴업 상태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계륵이 돼가고 있다는 것은 VIP 시사회의 원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초대받은 사람들이 부담을 갖지 않고 참석할 수 있는 VIP 시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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