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코나미컵이 한국야구에 주는 교훈
OSEN 기자
발행 2006.11.13 09: 35

우승을 노렸던 삼성이 허무하게 3위로 주저앉은 제2회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는 많은 교훈을 남겨주었다. 비단 삼성뿐만 아니라 한국야구가 고치고 배우고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야구에 대한 자세
4전 전승으로 우승을 따낸 니혼햄 선수들의 플레이에 임하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플레이에 전력을 다했다. 니혼햄 선수들도 시범경기, 정규리그 135경기, 플레이오프, 일본시리즈 등 숱한 격전을 치러 몸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노장 선수부터 젊은 선수까지 이를 악물고 뛰었다. 그들의 눈빛은 살아있었다. 대만 라뉴 베어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을 이기고 결승 진출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집중력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이기려는 강한 투지를 엿볼 수 있었고 안일한 플레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삼성의 선수들은 2등에 안주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니혼햄은 어차피 이기기 힘들 것이고 대만은 이길 수 있으니 결승 진출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2등의 자만감에 빠졌다. 이번 코나미컵 취재에 나선 한국기자들은 "삼성 선수들이 활력이 없다"는 말들을 유난히 많이 했다.
억지로 경기를 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활기와 패기에 넘쳐있는 니혼햄과 라뉴의 모습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었다. 국제대회에서 니혼햄 같은 한 수 앞선 상대를 맞아 기술적인 향상을 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은 기술보다는 야구에 대한 열정과 자세를 배울 필요성이 있었다.
▲2등 자리도 흔들린다
이번 대회에서 라뉴의 선전dms 대단했다. 예선리그에서 니혼햄에 1-0으로 앞서다 8회 2-1로 역전당했고 여세를 몰아 삼성을 3-2로 격파했다. 선발 투수진이 고갈돼 쉽게 결승전을 내줄 것으로 예상했으나 또다시 니혼햄과 대등한 경기를 벌인 끝에 0-1로 석패했다.
삼성 패배가 이변이 아니라 당연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라뉴의 전력은 탄탄했다. 마운드 수비력 타력 경기를 끌고가는 벤치의 능력도 수준급이었다. 내년 삼성이 또다시 대결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대만은 이제 한국을 만만한 상대로 여기고 있다. 한국은 2등 자리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삼성의 이번 패배는 한국에게는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당장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보다 철저한 준비가 절실하다는 점을 깨우쳐 주었다. 아울러 내년 3회 대회 설욕을 위해서도 대만시리즈와 일본시리즈에 경기 분석요원을 파견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야구 선수와 팬들의 교류
일본은 야구 선진국임에 틀림없다. 돔구장 등 각종 인프라가 충실하게 마련돼 있고 팬들은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다. 각 구단들은 오프시즌이 되면 팬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활발한 이벤트를 벌인다. 우승과 함께 일회성 행사를 하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니혼햄 선수들은 코나미컵이 끝나고 연고지 순회, 야구바람 몰이를 한다. 팬 페스티벌을 열고 오는 23~24일 삿포로, 하코다테 등 연고지 7개 지역에 18명의 선수들을 골고루 나눠 보낸다. 선수들은 현장에서 팬들과 함께 토크쇼를 하고 사인회도 개최한다. 우승의 기쁨을 연고팬들과 함께 나눈다는 취지이지만 끊임없는 마케팅의 일환이기도 하다.
팬들은 높은 관심으로 보답한다. 단적인 예로 코나미컵 니혼햄 경기를 전후로 도쿄돔 주변에서 이색적인 장면이 벌어진다. FA 자격을 취득해 이적이 확실시되는 오가사와라 미치히로를 잔류시키기 위해 서포터스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애정이 없다면 팬들은 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돔구장의 위력
대회 이틀째인 지난 11일 도쿄에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대회 개막 때는 청명한 가을 날씨였지만 이날은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그런데도 야구는 열렸고 팬들로 북적거렸다. 일본 최초의 돔구장인 도쿄돔이라는 인프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비로 인해 경기가 취소되었다면 대회 일정은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 하다.
한국과 대만이 오프시즌에서 국제대회를 치를 수 없는 이유는 돔구장이 없기 때문이다. 춥거나 악천후 때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한국도 서서히 돔구장 신축 문제가 공론화 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루빨리 돔구장 신축문제가 해결돼 한국도 국제대회를 개최할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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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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