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은 그 누구로도 대체할 수 없는 타자였다. 진심으로 잔류하길 바랐다. 그러나...". 코나미컵 취재를 위해 도쿄돔을 방문한 와중에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다카기 도루라는 NHK 기자가 쓴 이란 제목의 최신 출간 책이었다. 지난 2005년 롯데 마린스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끈 바비 밸런타인 감독의 리더십을 분석한 책이었는데 특히 이목을 끈 부분은 이승엽 관련 대목이었다. 여기서 밸런타인은 2005년 시즌 직후 이승엽의 요미우리 이적에 관해 "이승엽과의 교섭에 관련하지 않았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밸런타인은 "이승엽이 올 시즌 40홈런 이상을 쳐내리라 예상했다. 좀처럼 대신할 수 없는 타자다. 진심으로 잔류하길 바랐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 책에 따르면 당시 우승 멤버 중 유격수 고사카와 이승엽이 팀을 떠나 요미우리로 갔는데 고사카의 플레이 스타일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밸런타인은 (고사카의 이적은) 오히려 반겼다고 한다. 그러나 이승엽에 대해서는 "40홈런 타자의 공백을 메우기란 불가능하다. 우리 팀에 엄청난 대미지"라고 '이승엽 이탈=롯데의 몰락'이라고 어느 정도 예견할 정도로 아쉬워했다(이승엽의 이탈 뒤 롯데는 올 해 퍼시픽리그 4위로 처졌다). 그렇다면 밸런타인이 이승엽을 잡아달라고 구단에 강력히 요청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교섭에 관여하지는 않았더라도 요미우리행을 '방관'한 것은 틀림없다. 그 이유에 대해 이 책은 "이승엽의 특별 대우 요건을 들어줄 수 없어서"라고 명시했다. 이승엽 측은 "내년(2006시즌) 전경기 주전을 보장해 달라"는 옵션을 요구했는데 이에 밸런타인은 "나는 어떤 선수에게도 그런 보장을 안 한다"라고 거절했다는 것이다. 밸런타인은 이에 대해 "선수 한 사람을 특별대우하면 나머지 선수들의 동기 부여에 문제가 생긴다"는 자신의 철학을 구부리면서까지 이승엽의 잔류를 절실히 원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일본의 용병 선수들은 구단에 이런 요구를 하는 전례가 있다). 아울러 밸런타인은 이승엽의 7번 기용과 플래툰 전술에 대해 '멋지게 성공했다'고 생각했지만 이승엽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이 책은 전했다. 한국에서 홈런왕과 MVP 5회 수상을 해냈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던 이승엽은 "그런 환경 속에서 참고 침묵하며 베스트를 다 했던 것"이라고 저자는 언급했다. sgoi@osen.co.kr 롯데 마린스 시절 이승엽을 덕아웃에서 환영하는 바비 밸런타인 감독(왼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