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술 때문'이라고 하지만 몸을 2개로 쪼개서 생활해야 하는 긴장의 연속 탓으로 보인다. 김재박(52) LG 감독이 8개 구단 감독 중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김 감독은 국가의 명예를 걸고 출전하는 2006 도하 아시안게임 한국대표팀의 사령탑으로 '금메달 전선'을 위해 전력을 쏟는 한편 새로 맡은 소속 팀인 LG 트윈스의 마무리 훈련도 틈틈이 원격 조정해야 하는 처지다. 일단 김 감독은 대표팀과 운명을 함께 하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2박3일간 대만으로 건너가 대륙간컵에 출전한 일본, 대만팀 전력을 파악하고 돌아오자마자 13일부터 부산에서 합숙훈련에 들어갔다. 15일 부산 사직구장 훈련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왼쪽 입가에 물집이 터져 있었다. '많이 힘든 것 같다'는 물음에 김 감독은 대만에 가서 뜻하지 않게 '술로 죽었다'고 한다. 김 감독은 "대만에는 어린 시절 함께 자란 2살 어린 조카가 살고 있다. 출장 첫 날 밤에 10년 만에 만나 반가운 김에 조카사위(대만인)와 술을 먹었는데 무조건 원샷이더라. 그리고 다음 날에는 예전 국가대표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WBC 대만 대표팀 감독(린화웨이)과 또 한 잔을 했다"고 말했다. 출장 기간 이틀동안 '낮에는 라이벌 국가 전력분석, 밤에는 술'로 바쁘게 보낸 탓에 귀국하니 입술이 터졌다고 한다. 물론 김 감독 말처럼 술도 한 몫을 했겠지만 그보다는 2003년 삿포로의 치욕을 씻고 명예 회복을 벼르는 아시안게임에 대비한 긴장감이 대단함을 엿볼 수 있는 흔적이었다. 김 감독은 "자신있다"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고 있으면서 한편으로 걱정도 많이 하고 있다. 여기에 감독 취임 후 11월초 딱 일주일 지켜보았던 소속팀 LG의 진주 마무리 훈련장도 체크하며 신경을 쓰고 있어 머릿속이 복잡하다. 당장 내년 시즌 호성적을 내야 하는 LG 훈련도 가보지는 못하지만 현장 코치들로부터 보고는 자주 받고 있어야 한다. 이래저래 몸과 마음이 바쁜 김 감독이다. 그런 부산물로 포스트시즌때도 끄덕없던 입술에 훈장이 생겼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