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한국시간) 밤 테헤란 아지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AFC 아시안컵 예선 마지막 경기서 한국은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젊은 선수들로 이란과 맞섰으나 후반 들어 2골을 허용하며 0-2로 완패해 경기를 지켜보던 많은 축구팬들을 실망시켰다. 특히 한국의 젊은 선수들이 열심히 했고 무승부로도 갈 수 있었던 흐름이었기에 이날의 패배는 더욱 아쉽기만 하다. 이번 경기를 통해 큰 경험을 얻었을 젊은 선수들에게 격려를 보내며 경기 중 발견된 세 가지 문제점들은 짚어 보자. ▲ 생각하는 축구는 어디갔나? 지난 7월 28일 베어벡 대표팀 감독은 대만전 명단을 발표하면서 '생각하는 축구' 를 강조했다. 당시 그는 "국제대회에서는 투지만으로는 힘들다" 며 "기술과 함께 축구에 대한 지능이 가장 중요하다" 고 밝혔다. 하지만 테헤란에서 보여준 베어벡호의 모습에서는 베어벡 감독이 강조한 '축구지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무엇보다도 공격에서 생각하는 모습보다는 단순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김동현과 정조국을 투톱으로 내세운 베어벡 감독은 김동현이 머리로 떨구어주면 그 공을 정조국이 해결하는 전술을 구상했다. 하지만 정조국의 몸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고 좌우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도움을 주어야 할 최성국과 이천수도 사이드 플레이만 고집하는 모습이었다. 허리에서는 계속 김동현의 머리만 보고 올리고 김동현은 고군분투했지만 단조로운 공격 패턴은 상대가 쉽게 수비하도록 도와줄 뿐이었다. 결국 한국은 세트피스와 중거리슛에서 골찬스를 만들어냈을 뿐이었다. ▲ 김두현은 왜 투입하지 않았나? 중동으로 날아가기 전 베어벡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을 앞둔 수원과 성남의 선수들을 차출하면서 잡음을 낸 바 있다. 김남일(수원)과 장학영(성남)은 부상으로 다시 소속팀으로 복귀했지만 조원희(수원) 김두현 김용대(이상 성남) 등은 대표팀과 함께 테헤란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정작 테헤란의 아지지 스타디움에 선보인 것은 조원희뿐이었다. 10시간 여의 장거리 비행 끝에 경기에 임했지만 김두현과 김용대는 끝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김용대는 김영광의 백업 골키퍼로 출장이 힘들다고 하더라도 김두현이 출전하지 않은 것은 이상하다. 김동현이 헤딩으로 떨구어준 세컨드볼을 2선에서 처리하려 했던 것이 베어벡 감독의 주된 전술 구상이었다면 김두현의 출장은 팀의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김두현은 대표팀 경기나 소속팀 경기에서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골을 뽑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결장했다. 대표팀 차출 전 성남의 김학범 감독은 김두현의 몸상태가 좋지 않다고 밝힌 바 있어 컨디션 난조로 인해 출장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베어벡 감독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를 차출해 비행기만 태우고 피로만 누적시킨 결과를 낸 것이다. 김두현의 피로 누적은 소속팀에게도 또한 아시안 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대표팀에게도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닐 것이다. ▲ 아쉬웠던 선수 교체 이날 경기에서 베어벡 감독은 선수 교체에 있어 상당히 많은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베어벡 감독으로서는 전반 김치우의 부상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양상민으로 교체한 것이 아쉬웠을 것이다. 그에게는 두 번 남은 교체 기회를 잘 이용해야 했고 이것이 전반적으로 교체 타이밍을 늦추었다. 고민을 거듭한 베어벡 감독은 후반 30분에야 최성국을 빼고 염기훈을 투입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염기훈이 선발 출전한 최성국에 비해 좋은 몸놀림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선수 교체가 늦었던 것은 아쉽기만 하다. 또한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조원희를 빼고 조성환을 투입한 것도 아쉬운 대목. 베어벡 감독은 이것을 통해 스리백으로 바꾸고 미드필드를 강화하려 했다. 하지만 급격한 전형 변화는 되려 수비진의 붕괴를 가져와 추가 실점의 빌미가 되었다. bbadagun@osen.co.kr
